‘미군, 스웨덴 군사기지 17곳 이용 가능’ 협정
스웨덴 "위기시 미국의 지원 받기 더 쉬워져"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미국이 유사시 스웨덴 내 군사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양자협정을 스웨덴과 맺었다. 나토의 틀과 상관없이 미국과 스웨덴 양국이 사실상 군사동맹이 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인 핀란드와도 비슷한 협정을 체결하는 등 러시아와 인접한 북유럽에서 대(對)러시아 방어망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19일 영국 더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과 스웨덴은 지난 5일(현지시간) 양국의 방위협력을 핵심으로 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이로써 미군은 스웨덴 전역의 17개 군사기지에 병력을 배치하거나 보급품을 반입할 수 있게 됐다. 미군의 차량과 각종 함정, 군용기 등도 자유롭게 스웨덴을 드나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팔 욘손 스웨덴 국방부 장관은 미국과 방위협정을 체결한 이유에 대해 “스웨덴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엄중한 안보 환경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협정을 통해 스웨덴은 전시나 위기시에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기에 더 나은 여건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충격을 받아 오랫동안 유지해 온 군사적 중립 노선을 내던지고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이웃나라 핀란드도 스웨덴과 함께했다. 나토는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려면 기존 회원국 전부가 동의해야 하는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이 조건을 충족해 지난 4월 나토의 정식 회원국이 되었다.
하지만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절차는 2년 가까이 지나도록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나토 31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스웨덴의 가입안을 비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는 ‘미국이 우리한테 신형 F-16 전투기를 수출하면, 우리도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비준할 것’이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러시아와 친하게 지내는 헝가리는 나토 확대에 반대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스웨덴의 양자 방위협정 체결은 북유럽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지연되더라도 유사시 미군이 스웨덴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비상 상황에서 미국은 나토의 결정 없이도 스웨덴과 협력해 행동할 수 있게 됐다”며 “역사적 협정”이라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 역시 “스웨덴은 나토의 가치를 위해 싸우는 강하고 능력 있는 동반자”라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완료되면 동맹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양국 간 방위협정 체결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낳아 스웨덴의 정식 회원국 지위 획득을 앞당길 것이란 뜻이다.
한편 미국은 핀란드와도 최근 비슷한 내용의 양자 방위협정을 체결했다. 이로써 미군은 핀란드 내 15개 군사기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러시아와 인접한 북유럽 일대에서 미군의 활동 범위가 확대되는 것에 대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제 우리는 노르웨이해에서 흑해까지 유럽 북부에서 남부까지 이어지는 방위협정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를 통해 유럽 대륙 전역의 사람들에게 안보와 안정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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