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 사우디 등 에너지 동맹 견고해져… 신흥국 목소리 커질 듯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신흥 경제 5개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가 새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이란, 에티오피아 5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10개국 체제로 운영된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에 대응하는 연대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브릭스가 몸집을 키움에 따라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브릭스 가입 사실을 발표하면서 “브릭스는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유익하고 중요한 통로”라고 말했다.
브릭스는 지난해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사우디 등 5개국과 아르헨티나를 새해부터 브릭스의 정회원으로 초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2월 취임한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브릭스 가입에 반대하면서 실제 가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경제·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견제와 압박을 받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립을 탈피하려는 러시아는 브릭스 외연 확장에 적극적이다. 새 회원국 중 사우디는 미국과 에너지 및 안보로 맺어진 중동의 전통 맹방이지만 브릭스에 가입하면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플러스)를 이끄는 사우디와 러시아, 사우디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이 브릭스로 묶이면서 에너지 동맹도 더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브릭스는 5개 회원국만으로도 이미 전 세계 인구의 42%, 영토의 26%, 국내총생산(GDP)의 23%, 교역량의 18%를 차지한다.
여기에 사우디와 이란, UAE 등의 가세로 브릭스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더 커져 서구 중심의 G7(주요 7개국) 대항마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브라질과 인도, 남아공 등은 브릭스의 외연 확장이 G7의 대항마나 반서방 블록을 구축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G7 등이 주도하는 현재의 국제 질서에 신흥국·개도국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하는데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브릭스는 정식 회원국 확대와 별개로 ‘브릭스 우호국’ 또는 ‘브릭스 플러스’ 등의 형태로 더 많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국가들을 끌어안겠다는 복안이다. 올해 브릭스 의장국인 러시아는 36개국에 이르는 국가가 브릭스에 어떤 형식으로든 참여하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 의장국으로서 공평한 세계 발전과 안보를 위한 다자주의 강화를 주제로 브릭스를 운영할 것”이라며 “정치·안보, 경제·금융, 문화·인도주의적 접촉 등 세 가지 주요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국제·지역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효과적으로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너지와 식량 안보를 보장하고 국제 통화 시스템에서 브릭스의 역할을 발전시키며 상호 교역에서 국가 통화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이행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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