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국민의힘의 ‘이태원참사 특별법’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건의에 삭발로 항의했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특별법 표결 거부에 이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에게 입법권 무시를 건의한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가 조사 대상이 되고 책임이 밝혀질까 봐 두려운 것인가”라며 “국민의힘은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결정으로 국민의 처절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께 특별법이 정부로 이송되는 즉시 법을 공포하기를 촉구한다”며 “이 법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시민사회와 종교계, 유족 등 약 70명이 참여해 지켜보는 가운데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유족 10명이 삭발을 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지금까지 온몸을 던져서 호소하고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애원했지만, 국민의힘은 우리를 외면했다”며 “참으로 비정한 정치세력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신중하게 판단해서 결정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 이남훈 씨의 어머니 박영수 씨는 삭발 전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엄마들의 눈물은 강이 됐고, 아빠들의 한숨은 태산이 됐다”며 “정치하는 분들이 강과 태산을 돌아본 적이 있는가. 당신들은 무엇을 했나”라며 울먹였다.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 진상 재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지난 9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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