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최초 전 대법원장 구속 수감
檢 “법리 분석 뒤 항소 여부 결정”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는 2017년 자신에게 비판적인 법원 내 학술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견제하라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지시에 당시 이탄희 판사(더불어민주당 의원)가 반발하자 이 의원의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발령이 번복됐다는 세계일보의 첫 보도를 통해 시작됐다.
이후 행정처가 소위 ‘판사 뒷조사 파일’이라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해 ‘말을 듣지 않는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이 의원의 폭로가 경향신문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자체 조사에 나섰다. 2017년 4월 1차 조사단은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의 실체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인권법연구회를 중심으로 한 일부 판사들은 ‘부실 조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취임하면서 상황은 급물살을 탔다. 대법원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2·3차 조사를 벌였다. 안철상 당시 행정처장을 필두로 한 3차 조사단은 “범죄 혐의점이 없다”며 “내부 징계 사안”이라고 결론 지었다.
그러나 발표 며칠 뒤 김 전 대법원장은 돌연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검찰은 초유의 ‘대법원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고, 당시 3차장검사였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수사팀장을 맡아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검찰은 2018년 7∼10월 법원행정처, 외교부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 개시 한 달 만인 2018년 7월21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같은 해 10월27일 임 전 차장을 구속했다. 그해 11월19일에는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11월23일에는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듬해 1월11일 양 전 대법원장이 전직 사법부 수장 신분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추가 조사 끝에 영장이 청구됐고 양 전 대법원장은 1월24일 구속됐다. 검찰은 2019년 2월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 수감하고, 피고인석에 세운 것이다.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에 이어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 전 대법원장까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당시 검찰 지휘부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재판개입사실은 인정된다면서 무죄라면 누구에게 책음을 물어야 하냐”면서 “양승태 대법원장 수족들은 귀신의 지시를 받은 것이냐”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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