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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족 “우리가 적인지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왜 이리 적대시하나”

입력 : 2024-01-31 10:08:30 수정 : 2024-01-31 1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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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YTN 라디오서 “유족의 일상 무너진 지 오래”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 중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 의결 소식이 전해지자 허탈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 불참 속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던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유족 측이 31일 “정말 우리가 적인지 물어보고 싶다”고 답답한 속내를 토로했다.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혹시 만날 수 있으면 어떤 말을 제일 먼저 하고 싶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어 “왜 우리를 이렇게도 적대시하는지, 우리가 자식 잃고 아파하는 마음을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냐고 물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지난 9일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지 11일 만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정부는 해당 법안을 다시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 진상 재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이 골자다. 특조위는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하며 특조위원은 국회의장이 유가족 등 관련 단체와 협의해 3명을 추천하고, 여당(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이 4명, 야당이 4명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상임위원은 국회의장과 여당, 야당이 각 1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위원장은 상임위원 중에서 특조위 의결로 선출한다. 특조위 직원 정원은 60명이며, 필요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공무원 파견을 요청할 수 있다. 활동기간은 1년 이내이지만 필요시 3개월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어 최대 1년6개월간 활동이 가능하다. 민주당 원안에 있던 특조위의 특별검사 요구 권한은 삭제됐고, 시행 시기도 ‘공포 후 3개월 경과한 날’에서 ‘올해 4월10일’로 수정됐다.

 

정부는 특조위 업무 범위와 권한이 과도해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고 구성 절차에 공정·중립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서, 투입 예산과 행정력은 막대하지만 국민 분열만 조장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재의 요구 사유로 들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이 법이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진정으로 유가족과 피해자,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정부도 적극 수용할 것”이라며 “여야가 특별법안의 문제가 되는 조문에 대해 다시 한번 충분히 논의해 주시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 재의결 관문을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총 298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전원 출석 시 199명의 찬성표가 필요하다는 얘기여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표결에 나서면 정족수를 채우기 힘들고 법안 폐기에 이를 수 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지난 30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기자간담회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국무회의 심의 결과에 대한 유가족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 위원장은 라디오에서 “참 많이 허탈하다”며 “지난 1년 동안 특별법을 통한 특조위 구성으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는데, 진상을 규명하자는 요구가 거부돼 참으로 참담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재의결이 남은 만큼 국회를 향한 할 수 있는 호소를 거듭 이어가겠다면서, 이 위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지원책 등을 놓고는 “특조위만 빼고 (이미) 특별법에 다 들어가 있는 내용”이라며 “그런 지원 대책은 특별법이 있어야만 하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근거로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유가족과의 협의를 통한 ‘10·29 참사 피해지원 종합 대책’ 수립·추진으로 실질 지원이나 피해자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금과 의료비·간병비 확대 등 정부 계획은 유족이 통과를 촉구해온 특별법에 이미 포함됐다는 이 위원장의 입장이다. 영구 추모시설 건립이나 심리안정 프로그램 확대 등을 정부가 알린 대목을 놓고도 그는 “특별법 안에 다 들어 있는 내용”이라며 “대책을 만들겠다고 해도 아무 근거 없이 할 수 없는 거고,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정부의 ‘여론 호도’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정부가 사건을 은폐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계속 든다면서다.

 

이 위원장은 “(재의결 전까지) 정치인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부모로서 도와달라고 (의원들에게) 부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유족의 일상은 무너진 지 오래라면서, 그는 “우리 아이들이 그날 현장에서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를 알기라도 한다면 마음속에 묻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며 “그래서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끊임없이 외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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