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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정당 창당’ 이재명에 조정훈 “정말 나빴다… 비례대표제를 한 사람에게 맡겼다”

입력 : 2024-02-06 14:01:32 수정 : 2024-02-06 1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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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SBS 라디오서 “한 사람 입만 바라보는 데 분노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 수혜자 아닌가’에 “맞다”면서도…“후배들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아”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연합 정당 ‘더불어시민당’ 출신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6일 자신이 준연동형 비례대표 수혜자임을 인정하면서도, 총선 앞둔 소수 정당을 절망케 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준연동형 유지’ 당론을 맹비난했다.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조 의원은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준연동형 유지’ 발표를 “정말 나빴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비례대표 제도를 한 사람에게 맡기고, 한 사람의 입만 바라본다는 데 분노했다”며, 이 같은 결정의 궁극 목표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의 정치적 공간 축소라고 주장했다.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 및 비례성 확대 등을 명분으로 21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됐는데, 지역구 의석을 많이 얻으면 정당 득표율이 높아도 비례 의석을 챙길 수 없거나 확보 의석이 줄어드는 터라 양당은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이라는 편법을 선보였었다.

 

이를 언급하듯 “2020년에 어떻게 악용·남용할 수 있는지 뼈저리게 보여줬다”고 강조한 조 의원은 ‘더불어시민당에 갔을 때 남용을 예상 못했나’라는 질문에도 “2024년 정치를 시작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비례정당으로 시작하는 경험을 주고 싶지 않다”며 “정말 힘들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2020년 2월 시대전환을 창당한 조 의원은 같은 해 비례대표용 범여권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후보 순번 6번을 받았고, 총선 정당 득표율에 따라 시민당이 총 17석을 받으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보를 대중에 전달하며 ‘코로나 알리기’ 활동을 해온 당시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활동을 벌여온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등이 조 의원과 함께 이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5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준연동제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한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라며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당론을 현행 ‘준연동형’ 유지로 확정했다. 그간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내부 의견이 엇갈린 상황에서 당이 전권을 위임하자 이 대표는 고심 끝에 이같이 결론지었다.

 

이 대표는 “위성정당 금지법을 거부한 여당은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총선 승리를 탈취하려고 한다”며 “안타깝지만 여당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대 양당 한쪽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패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다른 쪽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통합형 비례정당 추진을 내세우면서 ‘준위성정당’이라는 말을 꺼낸 이 대표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의 질의응답에서 “절반쯤 위성정당이고 절반쯤은 소수정당의 연합플랫폼 형태”로 ‘통합형 비례정당’ 의미를 설명하고, “반반쯤 섞여 있기 때문에 ‘준위성정당’이라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나온 “민주당이 범야권 진보 개혁진영, 민주 진영의 가장 큰 비중을 가진 맏형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크게 질 수밖에 없고, 그 큰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도 당연히 가져야 한다”던 발언을 놓고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선순위를 말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일부에서 낳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영입인재 전국 순회 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조 의원은 라디오에서 “말장난하지 말라”며 “이재명 대표 말을 이제 누가 믿겠나”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에 맞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던 이 대표 발언에도 “국민의힘이 언제 비례대표 선거제도에 대한 입장을 바꾼 적 있나”라며 “4년 내내 일관적으로 병립형(을 강조했다)”이라는 말로 도리어 민주당의 핑계라고 몰아붙였다.

 

병립형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위성정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해온 국민의힘은 원내 과반 다수당인 민주당 결정에 따라 준연동형 유지가 확정될 것에 대비해 ‘국민의미래’라는 당명으로 위성정당 발기인대회를 마친 터다.

 

고심을 거듭하던 이 대표의 준연동형 유지 선택은 차기 대선을 노리는 의중의 반영이라고 조 의원은 분석했다. 그는 “뭐든지 다 끌어들여서 우리 진영을 만들어야 다음 대선에서 당선될 수 있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며 “가장 중요한 건 잠재적인 대선후보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 공간을 최대한 쪼그라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범진보진영 포섭으로 이 공동대표가 설 자리는 자연스레 없어진다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선순위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 ‘상응하는 권한’ 표현에도 “더 나빠진 것”이라며 “얼마나 줄 세우기가 노골적일지, 이재명에 충성을 맹세한 순서대로 공천을 주지 않을까”라고 조 의원은 내다봤다. 진보진영 넓히기가 아닌 범진보진영을 자기 앞에 무릎 꿇리려는 이 대표의 계획이라면서다.

 

청취자의 ‘누구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수혜자 아니었나’는 질문에 “맞다”면서도, 조 의원은 ‘지나고 보니 그건 아니었다는 생각인가’라고 진행자가 묻자 “후배들에게 절대로 경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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