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논란’ 공수처 통신 조회, ‘적법’”… 피해자들 국가배상 소송 1심 패소

“법원 허가 없이 무차별 조회”
변호사 등 6명 손해배상 소송
“법원 허가받아…권한 남용 아냐”

2021년 이른바 ‘불법 사찰’ 논란으로 번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통신 자료(가입자 정보) 조회는 적법 조치였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김민정 판사는 14일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의 김태훈 명예회장과 이헌 부회장 등 공수처의 통신 자료 조회 피해자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3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이 같은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진=뉴시스

이들은 “공수처 검사들은 공수처 수사 대상도 아니고 범죄 혐의도 없는 변호사와 언론인들을 상대로 개인 정보에 해당하는 인적 사항을 법원 허가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조회했다”,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런 ‘사찰’ 행위는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다수의 선량한 일반 국민들에게 위압감과 불안감을 불러왔다”며 2022년 2월 소송에 나섰다.

2021년 공수처가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 공직자가 아닌 기자 등 일반인들을 상대로 통신 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찰 논란에 휩싸였다. 공수처는 “논란을 빚게 돼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통신 자료 조회 자체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에 근거해 이뤄지는 적법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는 “법원이 발부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허가서(통신영장)에 따라 공수처가 확보하는 건 전화번호뿐이고, 해당 번호 보유자가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 공직자인지 여부는 통신 자료 조회를 통해야만 확인되는 것”이라면서 “통신 자료 확보 이후 고위 공직자 범죄와 무관한 시민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일반적인 수사 절차”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수처 검사가 원고 등의 통신 자료를 수집한 건 권한 남용이 아니다”며 “수사 대상인 공무상비밀누설죄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고, 법원 허가를 받아 원고 등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통신 자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진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