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을 이어가던 일본 경제가 지난해 3분기 이후 갑작스럽게 냉각되며 끝내 2% 성장을 이뤄내지 못했다. 경제규모에서도 독일에 밀려 4위로 추락했다. 그러나 한국은 다시 슬럼프에 빠진 일본조차 이겨내지 못하며 25년에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뒤졌다.
블룸버그통신이 15일 일본 내각부 발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1.9%로 집계됐다. 3년 만에 플러스 성장한 지난해 경제성장률 1.7%보다 높은 수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지난해 GDP 성장률인 14%보다 0.5%포인트 높다. 이로써 외환위기 때였던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이 한국을 경제 성장률에서 앞서게 됐다.
그러나 이런 성장에도 축배를 들 수 없는 상황이다. 상승세였던 경제의 흐름이 완전히 꺾인 탓이다. 이날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 일본의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1% 감소해 직전 분기 0.7% 하락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일본의 실질 GDP는 작년 4분기(-0.1%)에 뒷걸음질했다가 올해 들어 1분기 0.9%, 2분기 1.1% 각각 증가하며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왔지만 3분기 -0.5% 하락으로 흐름이 반전한 뒤 마지막 3개월에서도 다시 반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높은 물가로 인해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기업 투자까지 줄어드는 전형적인 불황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이다.
결국,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명목 GDP에서는 55년 만에 독일에 뒤지면서 세계 4위로 떨어졌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일본의 명목 GDP가 591조4820억엔(약 4조2106억 달러)로 발표했는데, 이는 독일의 지난해 명목 GDP의 달러 환산액인 4조5000억 달러를 3000억달러 가량 밑돈다. 일본은 인구가 약 1억2500만명으로 8300만명인 독일보다 51%나 많은데도 달러를 기준으로 한 경제 규모는 오히려 작아진 것이다.
예상치 못한 불황으로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추진하던 일본의 계획에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예상치 못한 일본 경제의 부진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려는 일본은행(BOJ)의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 참여자가 4월까지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 예상하는 등 마이너스금리 해제가 기정사실화됐지만, 이제는 다시 불투명한 상황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이에 BOJ는 금리인상이 단행되더라도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될 것이라는 메시지 시장에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에다 카즈오 총재가 지난주 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종료 이후에도 일본의 금융 여건이 당분간 완화 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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