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서방, 우크라에 더 많은 군사원조 해야"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원조를 주도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무기 제공과 별개로 군대까지 우크라이나에 보낼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토 회원국이 아니고 다른 변변한 동맹국도 없는 우크라이나로선 쓰라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27일 AP 통신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전날 “나토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전투 병력을 파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의 본질은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는 것”이라며 “국제법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당연히 자위권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토)는 우크라이나의 자위권 행사를 지원할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러시아의 비난에 대응하는 동시에 이번 전쟁에서 나토의 역할은 군사지원에 그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나토 동맹국이 아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이같은 언급은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직접 군대를 파병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발언이 일으킨 파문을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파리 엘리제궁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를 주재한 마크롱 대통령은 행사 후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병할 것이냐’는 취지의 기자 질문에 “어떤 것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답변 내용은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낼 수도 있다’라는 뜻으로 해석되며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은 “우리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나토 사무총장까지 나서 파병설을 부인한 만큼 이번 일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그와 별개로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은 꽤나 심각한 듯하다. 미국 행정부가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때 제공하지 못하며 우크라이나군이 곤경에 처했다. 무기고가 텅 빈 상태로 러시아군의 파상 공세에 맞서자니 전력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 받은 엄청난 양의 152㎜ 포탄과 122㎜ 방사포탄으로 무기고를 가득 채운 러시아군은 연일 우크라이아를 상대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의 지원 확대를 호소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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