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단 가는 길 20년간 한자리
시간대 상관없이 손님들로 북적
갈비탕 뚝배기 가득 채운 고기
뽀얀 국물 한입 입안 가득 풍미
감칠맛 특징인 함흥냉면도 인기
항아리에 담긴 김치·깍두기 별미
선농단 가는 길 입구, 푸른 나무들이 가득한 골목의 시작에 20년간 자리를 지켜온 음식점이 있다. 약령시장을 찾는 어르신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제기동 함경면옥은 부드러운 갈비탕과 감칠맛이 좋은 냉면으로 불황 속에서도 늘 인기가 가득하다.
◆제기동 함경면옥
옛날 기억 속 결혼식장에는 늘 갈비탕이 나왔었다. 깔끔한 국물과 당면, 대파, 지단을 송송 썰어 놓은 한 김 식어 나온 갈비탕은 어린 입맛에도 어찌나 맛있었는지, 부드럽게 익은 갈비를 탕에 발라 넣어 한 그득 떠먹던 그 맛은 지금까지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요즘에 나오는 결혼식장의 뷔페음식도 좋지만 가끔은 밖에서 먹었을 때는 느낄 수 없는 그 놋그릇의 갈비탕이 생각날 때가 있다.
소 갈비는 버릴 게 없는 재료다. 뼈를 고아내 육수를 만들고 또 뼈에 붙은 고기까지 내어 한 그릇을 낼 수 있고, 조리법에 따라서 어떤 부위보다도 부드럽기에 어르신들이나 아이들이 먹기에 참 좋다. 제기동 약령시장 근처에 있는 문을 연 지 20년이 넘어가는 함경면옥은 불황과는 상관이 없는 제기동의 맛집이다. 갈비탕이 생각날 때면 늘 방문하는데 점심시간, 저녁시간 나뉘지 않을 정도로 항상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유독 어르신들이 많이 오는데 부드럽게 삶아낸 살살 녹는 먹기 좋은 갈비탕 속 갈비 덕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가족들이 많다. 서로를 챙겨 가며 김치며 고기며 나누는 모습이 참 다정스럽다. 약령시장이나 경동시장에서 장을 본 후 슬슬 걸어와 두 손 가득 장 본 봉투를 내려놓고 갈비탕을 먹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사람 사는 느낌이 나 그 모습들이 참 정겹게 다가온다.
가게는 상당히 규모가 있는 편이다. 직원들이 많아 수시로 신경을 써주신다. 함경면옥은 음식값이 선불이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면 직원이 계산을 하는 시스템이다. 메뉴가 몇 개 없기에 주문을 하면 음식이 5분 안에 나온다. 갈비탕 뚝배기는 보온 효과와 그릇 받침 효과까지 있는 은색 대접에 담아져 와 음식을 먹는 끝까지 따뜻하게 갈비탕을 즐길 수가 있다.
함경면옥은 선농단 가는 길 입구에 위치해 있다. 가게 너머 옆길을 보면 범상치 않은 나무들이 즐비한 큰 골목이 있는데, 한여름에도 멋진 그늘을 제공해 주는 길이다. 예전 건너편 요리학교를 다닐 적엔 수업 후에 천천히 산책을 즐기기도 했다. 정작 선농단을 가본 적은 없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함경면옥에 들러 부모님 드릴 갈비탕을 포장해 갔던 기억이 난다. 함경면옥에 올 일이 있다면 잠깐의 여유를 두고 그 길을 산책해 보는 걸 추천한다.
◆함경면옥의 갈비탕과 냉면
함경면옥의 주 메뉴는 갈비탕과 냉면이다. 그 외에 메뉴들도 왕왕 나가지만 추운 겨울에는 역시 갈비탕을 먹고 있는 모습이 주를 이룬다. 주문을 하면 음식은 상당히 빠르게 나온다. 뚝배기 가득 든 갈비와 국물, 그리고 송송 썰어 넣은 대파 향이 보글보글 끓고 있는 뚝배기 너머 그윽하게 올라오는데 잘잘하게 떠 있는 고기기름 풍미까지 입맛을 돋우어 준다. 간은 제법 간간한 편이다. 취향에 맞게 후추를 넣어 준 후 뜨거운 고기를 건져 먹으면 된다.
큼지막한 소갈비들 사이에 항상 마구리뼈 한 개가 있는데 뜯어 먹기에 조금 난감할 수 있지만 살이 꽤 붙어 있기에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갈비뼈의 고기는 정말 부드럽다. 푹 고아져 국물에 잘 밴 그 풍미는 겨자 간장을 살짝 찍어 함께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 이곳 갈비탕 국물은 깊은 맛과 고소한 기름 맛이 풍부하다. 한 그릇 다 비운 후 집에 가는 입술에선 번들번들 기름이 도는데 몸속 가득 열이 올라 든든해진다.
함경면옥의 냉면은 함흥냉면이다. 면이 가늘고 질기기에 씹는 맛이 참 좋다. 특히 물냉면의 육수는 참 독특하고도 매력이 넘친다. 냉면을 먹다 보면 내가 냉면 국물을 먹는지 고기 국물을 먹는지 모를 정도로 감칠맛이 뛰어난데, 특이하게 대파와 다진 고기들이 들어가 마지막엔 숟가락으로 국물을 퍼먹게 된다.
항아리에 담긴 김치와 깍두기도 별미다. 직접 떠먹을 수 있기에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가 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가격이 조금 올랐지만 그래도 함경면옥은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맛집은 불황이 없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소갈비 요리
소갈비는 예나 지금이나 고급 재료이다. 그래도 지금은 갈비탕 같은 탕에서 갈비를 먹어볼 수 있지만 집에서 한우 소갈비찜을 여유롭게 만들려면 가격이 만만치 않다. 조선시대 때에도 주로 왕실이나 양반댁 잔칫집에서나 맛을 볼 수가 있었고 근래까지도 가격이 높아 상대적으로 귀하게 먹었지만 수입육이 들어옴으로써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접할 수가 있게 되었다. 얇게 저며 숯불에 구워 먹기도 하지만 주로 뼈를 통째 잘라 탕이나 찜으로 해 먹는다. 유럽에 비슷한 요리로는 프랑스의 뵈프 부르기뇽과 이탈리아의 오소부코 등이 있다.
소갈비찜은 ‘증보산림경제’에 우협증방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시의전서’에도 가리찜이라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예전에는 소갈비에 핏물을 충분히 빼 잡냄새를 제거해 삶아 내었지만, 요즘엔 상질의 소갈비를 구하기 쉽기에 밀가루를 입혀 구워내 서양식으로 풍미를 낸 갈비찜 요리들도 개발되고 있다.
■와인에 졸인 소갈비찜 만들기
<재료>
소갈비 500g, 마늘 30g, 양파 100g, 당근 50g, 셀러리 30g, 토마토 페이스트 30g, 레드와인 300ml, 감자 1개, 브로콜리 50g, 기름 약간, 버터 30g, 밀가루 약간, 물 3L, 소금 조금, 후추 조금, 로즈메리 2개.
<만드는 법>
① 소갈비는 차가운 물에 3시간가량 담가 핏물을 빼준다. ② 핏물을 빼준 소갈비는 밀가루를 입혀서 기름을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구워준다. ③ 냄비에 버터를 두르고 다진 마늘, 양파, 당근, 셀러리를 볶아 준 후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어준다. ④ 토마토 페이스트가 향이 나면 레드와인을 넣어준 후 구운 소갈비를 넣어준다. ⑤ 물을 넣고 약한 불로 약 2시간 뭉글하게 끓여주며 갈비를 익혀준다. 소금, 후추, 로즈메리를 넣고 풍미를 더해준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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