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가입에 "세계 위험해져도 나토는 강해져"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최근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다소 밀리는 듯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우크라이나 군대의 용기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했다. 이어 나토 회원국들에 우크라이나를 위한 더 많은 군사원조를 촉구했다.
14일(현지시간)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연례 보고서를 통해 나토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동맹국들이 충분한 탄약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매일같이 전쟁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인들은 용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고 탄약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탄약 부족은) 러시아가 지난 몇 주, 몇 달 동안 전쟁터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우크라이나의 탄약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먼저 미국으로부터의 공급이 끊긴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은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미국을 대신해 유럽연합(EU)이 나섰으나 역부족이다. EU 회원국들이 자국 군수공장을 총동원해 탄약 생산을 독려해도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물량을 납품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에 타격을 입히고자 독일제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 확보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타우러스는 정확도가 높고 사거리도 충분히 길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타우러스를 러시아 본토 공격용으로 쓸까봐 제공을 꺼려왔다. 이날 독일 의회에선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를 줘야 한다’라는 내용의 야당 결의안이 제출됐으나 의회 다수를 점한 연립여당 의원들의 반대 속에 부결됐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 회원국들 정부를 향해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에 러시아의 침공을 물리칠 수 있는 충분한 무기를 제공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계속 유지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나토 동맹국이 제공하는 무기는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주권국가로서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최근 스웨덴, 그리고 지난해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회원국이 32개로 늘어난 점을 거론하며 “세계는 더 위험해졌지만 나토는 더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나토 동맹국들이 앞다퉈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나토 회원국 가운데 3분의 2가 ‘국내총생산(GDP)의 적어도 2%를 국방 예산으로 써야 한다’라는 자체 요구 조건을 충족할 전망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이같은 언급은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길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 다수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려 든다’라는 취지의 비판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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