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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담보 대출 늘고 카드론 잔액도↑… 서민 경제 ‘경고등’

, 이슈팀

입력 : 2024-03-18 15:13:05 수정 : 2024-03-18 15: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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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형 대출’ 보험계약대출 잔액
2023년 70조원 넘어서 ‘역대 최대’
고금리·고물가 여파…보험 해약도↑
2024년 들어 카드론 잔액도 증가 추세
국내 ‘다중채무자’ 450만명 추정
‘빚 돌려막기’ 한계 근접 우려도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서민 경제 어려움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른바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잔액이 지난해 7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해약 건수 역시 전년 대비 100만건 넘게 늘었다. 올해 초 중저신용자들의 자금 수요가 많아지면서 카드론 잔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3곳 이상의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역시 갈수록 늘면서 서민들의 ‘빚 돌려막기’도 한계에 근접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작년 말 생·손보사 보험계약대출 잔액 ‘71조원’

 

17일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71조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2022년 말(68조원)보다는 3조원, 2021년 말(65조8000억원)과 비교해서는 5조2000억원 늘어났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사가 보험 해지 환급금 내에서 계약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불경기에 자금줄이 막힌 보험 가입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서울시내 한 은행. 뉴시스

국내 보험사에서 대출받은 3명 중 1명은 3개 이상의 금융사로부터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라는 분석 결과도 있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국내 보험사 대출채권의 잠재 위험 요인 점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차주 수 기준으로 지난해 말 현재 보험사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32.1%”라고 밝혔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데이터를 활용해 해당 분석 결과를 도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사 다중채무자 비중은 저축은행(38.3%), 카드사(33.7%)보다는 낮으나 은행(10.4%), 캐피탈(28.7%), 상호금융(14.8%)의 각각 3.1배, 1.1배, 2.2배 수준이다.

 

보유하고 있던 보험을 해약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생보사와 손보사 합계 보험 해약 건수는 2021년 1146만6000건에서 2022년 1165만4000건, 지난해 1292만2000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벽면에 대출 광고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고금리 취약한 ‘다중채무자’,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아

 

올해 들어 카드론 잔액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올해 1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9조2120억원으로 지난해 말(38조7613억원)보다 4507억원 증가했다.

 

카드론 잔액 증가에는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인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에는 연말 성과급 등 효과로 같은 해 11월(38조8791억원) 대비 카드론 잔액이 1000억원가량 줄었지만, 연초 다시 늘어나면서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카드론 금리는 평균 15% 안팎으로 중저신용 차주의 이자 부담이 높은 상황이다.

 

2022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뒤 지난해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다중채무자 수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다중채무자는 한 금융사에서 빌린 돈으로 다른 금융사에 이자를 갚는 경우가 잦아 고금리에 취약한 계층으로 꼽힌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명으로, 직전 분기보다 2만명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상 표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한 수치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 차주(1983만명)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22.7%에 달했다.

 

다중채무자들의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1.5%로 직전 분기 말(1.4%)보다 0.1%포인트 더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3분기(1.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들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58.4%로 분석됐다. DSR이란 차주의 상환능력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차주가 보유한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지난해 2분기(61.5%)보다는 3.1%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다중채무자들은 평균적으로 연 소득의 60% 가까이 금융기관 대출을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의미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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