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29일 공개한 1993년 생산 외교문서 가운데 ‘외교관 자녀 외무부 채용방안’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이 문서는 외교관 자녀들이 외무고시에 합격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고 현황을 파악한 뒤 ‘특례조항 등을 활용해 외교관 자녀들의 입부를 용이하게 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외교관 자녀 특채 논란은 외교부가 이 같은 논의를 하고 수년 뒤인 2010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자녀를 시작으로 일파만파 확산했다. 당시 최근 10년간 특별채용 선발 계약직 474명 중 7명이 외교관 자녀로 밝혀졌다.
‘외교관 자녀의 채용문제’라는 항목에서 이 문서는 외무고등고시에 대해 “많은 외교관 자녀가 외무고시에 응시하였으나 합격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며 “실제로 외무고시에 합격하기 매우 힘든 실정”이라고 했다.
이후 특별채용 시험에 의한 채용을 거론하며 “기존 특채로 채용이 가능하며 특히 특채제도에 의하여 임용되면 외교직으로 임용되므로 입부후에도 불이익이 없다”고 썼다.
나아가 “서류심사와 면접시험에 있어 외교관 자녀에게 유리하며 필기시험도 해당 전문분야에 대하여 실시하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특채시 학력 또는 경력요건을 타부처와 비교해 완화하기는 어려운 만큼 기준을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문서는 “특채선발 인원을 증원하면 많은 외교관 자녀에게 혜택이 갈 것이나 현 외무부 조직 속성 및 한국 문화 특성상 정실주의 등 외무부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어 별정직으로 외교관 자녀를 채용하는 문제에 대해 “특채에 비해 선발기준이 완화돼 있어 입부는 다소 용이하나 경력평정, 근무지 제한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밝혔다.
이 문서는 마지막 채용 유형을 수기로 추가한 부분에서 “특례조항의 개정이나 기존 규정의 개정 등을 통하여 외교관 자녀들의 입부를 용이하게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외무고시가 아닌 특채 방식으로 외교관 자녀 채용 방안에 가닥을 잡은 외교부는 이를 잘 활용한 탓인지 2010년 터진 자녀 특채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다.
2010년 10월 행정안전부가 ‘외교부 특별채용 의혹’ 관련 특별인사감사 결과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조사대상 17명 중 10명이 자격요건 미달인 채 합격 처리되는 등 각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때 당시 주미 대사였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특채 외교관 전부를 도매금으로 비판해선 안 된다”며 두둔하다가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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