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나·전수영·이해봉·김초원·이지혜…세월호 참사 순직 교사 이름을 10년째 부르는 지금, 변한 게 무엇인 지 묻고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 순직 교사인 고 김초원씨의 아버지인 김성욱씨는 1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순직교사·소방관·의사자 기억식’에서 무겁게 입을 뗐다. 이날은 초원씨가 살아있다면 36번째 생일이었다. 김씨는 딸의 생일에 축하 대신 추도사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진실 규명을 위해 똑바로 나아가겠다”고 눈물로 다짐했다.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교사였던 초원씨는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희생된 11명의 교사 중 한 명이다.
2014년 4월 16일, 그 날은 초원씨의 26번째 생일이었다. 초원씨는 참사 당일 학생들이 있던 4층으로 내려가 구명조끼를 건네고 탈출을 도왔다. 자신은 끝내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다. 3년의 싸움 끝에 초원씨는 같은 기간제 교사였던 이지혜씨와 함께 순직을 인정받았다.
김씨는 “우리는 그날의 악몽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우리 눈앞에서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의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았고, 전원 구조됐다고 보도됐지만 그 속에서는 304명이나 되는 생때같은 목숨들이 어둡고 춥고 숨막히는 고통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다”며 “그들은 평범한 누구의 아들이거나 딸이었고, 아버지거나 어머니였고, 친구였고, 이웃이었고, 그저 누구나 다 가는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과 선생들이었고, 그들은 바로 우리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10년째를 맞지만 진실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참사 10년째를 맞는 동안 공식 조사가 세 차례 있었지만 방해 공작과 제한된 정보 속에서 진실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며 “왜 그런 대형 참사가 일어났는지 침몰 원인조차 규명되지 못했고, 참사 당일 해경은 왜 선내에 진입해 구조하지 않고 지켜만 보았는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고 되물었다.
김씨는 “참사 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은 세월호 선장과 해경 123함정 정장뿐이었고,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당시 해경 지휘부 11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았으나, 모두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고 규탄했다.
그는 학생들 곁으로 달려간 교사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그날 이후 우리는 약속했다. 잊지 않겠다고, 함께 하겠다고,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살아남은 우리가 먼저 간 그분들의 원한을 그나마 풀어줄 수 있는 것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지속 발생하는 인재(人災)에 대한 진실도 가려져있다고 성토했다.
김씨는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는 또다시 이런 참사가 발생해 159명의 생때같은 목숨이 무능한 정권의 폭력에 희생됐고, 작년에는 충북 오송 지하차도에서 너무나 어이없게 죄 없는 우리 국민들이 희생됐다”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막을 수 있었는데도 너무나도 무능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정권에 의해 무참히 희생됐다. 여전히 참사는 계속되고 있고 진상은 규명되지 않고 있고 책임자는 처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304명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이라며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그 책임자가 처벌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했다.
이날 녹색당은 세월호 참사 10주기 논평을 내어 “국가의 재난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가족을 잃는 고통을 다시는 누구도 겪지 않도록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 사회적 재난과 재해로부터 모두가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별이 된 이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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