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앞둔 모의고사 성격” 분석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하면서 브리핑장을 찾아 이 사실을 직접 발표했다. 이어 기자들의 질문도 받으며 총선 패배 이후 소통 강화를 천명한 만큼 이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장을 찾아 직접 김 신임 민정수석의 인선을 발표하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의 이어진 질의응답을 받기도 했다. 이는 그동안 대통령실 대변인이나 다른 고위 관계자 등이 인사발표를 하거나 서면으로 대체하던 관례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 참패 이후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인선을 발표하면서도 직접 브리핑장을 찾아 언론 앞에서 인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지난 총선 참패 이후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연결된다. 이날 신설한 민정수석실이 민심청취를 위한 조직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대목이다.
당초 국민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청와대에서 나와 용산 대통령실로 집무실을 옮긴 윤 대통령은 임기 초반 도어스테핑(약식회견)으로 언론과 직접 소통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잦은 발언으로 오히려 말의 무게감이 사라지고, 이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늘자 6개월 만에 도어스테핑은 중단됐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고 대선 기간 지적했지만 윤 대통령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정식 기자회견에는 나서지 않았다. 총선 패배 이후 낮은 자세와 소통 강화를 기치로 국정 기조 변화를 선언하면서 취임 3년차를 맞아 기자회견을 재개하며 언론 접촉도 늘려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이날 질의응답은 기자회견을 앞둔 모의고사 성격으로도 해석된다. 정무수석과 관련한 현안은 결국 김건희 여사 문제 등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날 언론에선 ‘인수위 시절 민정수석 폐지를 이야기했다가 부활을 판단한 계기’를 묻는 질문이나 ‘야당에서는 사법 리스크 방어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등 날 선 질문이 나왔다. 이에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이 답변해도 될 사안이지만 제가 간단히 이야기를 하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답변을 마친 뒤에도 윤 대통령은 “저한테 질문할 게 있느냐, (민정)수석이랑 이야기 전에”라며 대변인이 사회를 보는 중간에도 직접 추가 질문이 있는지 묻는 여유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컨설턴트는 “대통령이 그동안 불통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직접 카메라 앞에 서는 횟수를 늘리는 것 같다”며 “참모들을 통해 전해 듣는 것과 기자들의 생생한 질문을 직접 듣는 것은 대통령에게도 다르게 다가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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