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엔 거부권 행사 시사
“저출생대응부 신설해 국가 어젠다로
의료개혁의 길 뚜벅뚜벅 걸어갈 것”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에 대해선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도 수사 후에도 의혹이 남을 경우 직접 특검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김 여사 특검법을 두고는 정치 공세라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1년9개월 만에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첫 의혹 제기 이후 공식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참모들과의 회견 준비 과정에선 ‘송구하다’는 수위의 표현까지만 검토됐지만 대통령이 즉석에서 사과했다는 후문이다.
김 여사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선 “어떤 입장을 또는 언급을 하는 것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도이치니 하는 이런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도 지난 정부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해서 검찰 특수부까지 동원해 정말 치열하게 수사했다”며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그냥 정치 공세, 정치 행위 아니냐”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선 “장래가 구만리 같은 젊은 해병이 대민 지원 작전 중 순직한 것은 국군통수권자로서도 안타깝고 참 가슴 아픈 일”이라며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희생자의 명예 회복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진상 규명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된다”고 했다. 다만 거부권 행사에 대해선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끝나야 특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일 채 해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후 발생할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견에 앞서 윤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발표한 담화에서 저출생 고령화를 대비하는 기획 부처로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해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어젠다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된 연금개혁과 관련해선 “21대 국회 연금특위의 실적이나 성과로써 조급하게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22대 국회로 넘기고 다만 제 임기 안에는 이것이 확정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협력할 생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정부는 저희가 생각하는 로드맵에 따라 뚜벅뚜벅 국민을 위한 의료 개혁의 길을 걸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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