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씨가 와서 그런지 올해는 확실히 달라졌네요.”
제94회 춘향제 개막 사흘째이자 휴일인 12일 가족과 함께 전북 남원 광한루원 일대 먹거리 장터를 찾은 조정심(50·여·전남 순천시)씨는 “닭꼬치와 시래기전, 막걸리를 주문했는데도 1만 원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저렴한 가격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바가지요금으로 홍역을 치렀던 남원 춘향제가 올해는 확 달라진 모습으로 관람객들에게 다가서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13일 남원시에 따르면 춘향제 주 행사장인 광한루원 주변에 마련한 먹거리 장터는 50여개 부스로, 푸드트럭 17대를 합하면 총 70여개에 달한다. 이곳에서 내놓은 식사와 간식 등 음식은 60여종으로 다양하지만, 가격은 참나무장작에 닭 한 마리를 통째로 구운 ‘닭 바비큐’(1만5000원)를 제외한 모든 메뉴가 1만원 이하로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축제 때 살코기 10여점을 담은 ‘돼지 바비큐’가 4만원에 판매했던 것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간식거리나 술안주도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하다. 떡볶이는 중량에 따라 1500∼3500원, 꼬지어묵 900원, 시래기전과 참나물부추장떡은 각각 3000원, 파프리카 닭꼬치 3500원, 돼지수육 6000원 등에 맛볼 수 있다. 이에 음식 부스마다 긴 행렬을 이루며 장사진을 이루기 일쑤이고, 일부 판매점은 일찌감치 준비한 물량이 동날 정도다. 춘향제에 다녀간 방문객들은 저렴하면서 양질의 음식을 사진과 함께 앞다퉈 인터넷에 올리며 호감을 나타냈다.
이런 인기는 뜨내기 업체들의 터무니없이 비싼 음식값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는 남원시가 ‘바가지 없는 축제’의 모범 사례를 만들기 위해 외식 경영 전문가로 이름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손잡고 심혈을 기울인 덕분이다.
지난해 50만원을 받았던 먹거리·농특산물 판매 부스 임대료를 없애고 지역 상인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해 공급가의 4∼5배에 암암리에 전대해 ‘바가지요금’을 파생시킨 악습을 원천 차단했다. 특히 모든 음식 메뉴는가격을 1만원 이하로 낮췄고, 중량을 반드시 표시하게 했다. 남원시와 춘향제전위원회에서 하루 두 차례씩 위생 점검과 지도·감독을 하고,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신고센터도 운영 중이다.
백종원 대표와의 협업도 빛을 발했다. 그는 남원에서 나는 추어탕과 멜론, 파프리카, 검은 돼지흑돈 등 고품질 신선 농축산물에 요리 노하우를 결합한 특별한 메뉴를 개발해 막걸리 축제와 전통음식 난장 32개 부스를 지원해 방문객의 만족도를 고조시키고 있다.
파프리카를 활용한 ‘소시지’(3000원)와 ‘닭꼬치구이’(3500원), ‘버크셔국밥’(6000원) 등을 비롯해 춘향제와 어울리는 메뉴로 ‘몽룡이 돼지 수육’(6000원), ‘춘향이도 즐겨 먹는 돼지스튜’(4000원), ‘춘향이 샌드위치’(6000원) 등도 선보였다. 주문과 결제에는 키오스크를 도입해 혼잡을 줄였다.
남원시 관계자는 “사전 교육을 통해 음식 원가를 보장하되 이익보다는 성공과 지속적인 성장을 구축해 전국 대표 축제로 발돋움하자는데 뜻을 모은 덕분”이라며 “올해 축제는 지난해 5일간 찾은 방문객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릴 전망이어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춘향, COLOR愛(컬러애) 반하다’를 주제로 광한루원 일대에서 잔치 마당을 펼친 올해 춘향제는 1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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