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인사엔 “제가 알 수 없는 문제”
이원석(55·사법연수원 27기) 검찰총장이 14일 김건희 여사의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이 전면 교체된 검찰 인사에 대해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라고 말했다. 인사에 대한 사전 조율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약 7초간 침묵했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인사 관련 사전조율 있었느냐’는 질문에 “어제 단행된 검사장 인사는…”이라고 운을 띄웠다가 말을 멈췄다. 이어 고뇌에 찬 표정으로 “제가 이에 대해서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인사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총장은 ‘용산(대통령실)과의 갈등설이 비쳐졌다는데 어떻게 보느냐’ ‘인사 시점이나 규모를 예상하지 못한 게 맞느냐’는 이어진 질문에도 “인사에 대해 제가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만 답했다. 후속 인사 시점에 대해선 “제가 알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이 총장은 이번 인사로 김 여사 수사 방침에 제동 걸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서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며 “저는 우리 검사들을, 수사팀을 믿는다.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라고 강조했다. 오는 9월 임기 만료 전까지 예정대로 관련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공직자로서 저에게 주어진 소임, 직분, 소명을 다할 뿐”이라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총장의 이날 발언을 두고 이번 인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최근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신속 수사를 지시한 이 총장과 대통령실 간 갈등으로 이 총장의 의중이 검찰 인사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법무부는 전날 인사에서 송경호(54·29기) 서울중앙지검장과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수사를 각각 지휘하는 김창진 1차장검사와 고형곤 4차장검사를 포함한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을 전부 교체했다. 검찰총장의 참모진인 대검 간부 라인도 ‘친윤’으로 분류되는 양석조(51·29기) 대검 반부패부장을 제외하고 모두 바뀌었다.
16일자로 서울중앙지검장에 부임하는 이창수(53·30기) 전주지검장은 이날 이임식에서 “검찰이 안팎으로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사건 관계인의 말을 경청하고 배려하며, 주민 뜻에 맞게 검찰권을 행사하면 더 신뢰받는 검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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