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과정서 계획범죄 정황 확인
여가부, 교제 폭력 방지 논의 착수
서울 강남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의대생 최모(25)씨가 14일 검찰에 송치됐다. 정부는 교제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구속된 최씨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쯤 경찰서 유치장을 나온 최씨는 흰 마스크와 검은색 야구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씨는 ‘이별 통보를 받고 범행을 계획한 것이 맞느냐’, ‘범행을 은폐하려 했느냐’, ‘피해자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묻는 취재진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호송차에 올라탔다.
최씨는 지난 6일 오후 5시2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의 한 건물 옥상에서 중학교 동창인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는다. 지난 10∼11일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최씨를 면담한 경찰은 검찰 송치 이후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최씨가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다. 최씨는 범행 두 시간 전 집 근처인 경기 화성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산 뒤 피해자를 범행 장소로 불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또 혈흔이 옷에 튈 것을 예상해 미리 옷을 준비해 범행 후 갈아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 측 국선변호인은 지난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범행을 계획한 것은 맞다. 우발 범행은 아니다”라고 했다. 최씨도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
여성가족부는 교제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논의에 나섰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이날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제2전문위원회’에서 “최근 교제폭력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어 이를 근절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관계 부처·각계 전문가와 긴밀하게 협력해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남 교제살인 사건 등 교제폭력이 지속하는 가운데 주무 부처인 여가부가 아무런 입장이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9일 여가부는 사건이 발생한 지 3일이 지나서야 “최근 교제폭력 사건이 지속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책을 살피고 보완하겠다”는 신 차관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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