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당선되더라도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문가의 전망이 나왔다. 중국과 러시아가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개선을 바라지 않는 상황인 만큼 북한의 위협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태평양사령관 특별보좌관 출신으로 하와이 태평양포럼의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랄프 코사는 13일(현지시간) 미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더라도 북한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무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사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북한은 상대적으로 예측이 가능하다고 전제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에 유화책이나 강경책 등 어떤 시도를 하든 북한은 몇 가지 이유로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트럼프에게 한두 번 상처를 입은 북한 김정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다시 시도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그는 이미 트럼프에게서 가장 원했던 국제적 정당성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2기는 물론이고, 바이든 2기 행정부까지 미국으로부터 제한 없는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사 회장은 김 위원장이 한국은 물론이고, 최근 일본의 정상회담 제안을 거부하는 상황 등을 언급하며 대선 이후 미 행정부가 바뀌어도 현재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다고 예상했다.
코사 회장은 또 “중국이나 러시아가 김 위원장에게 미국이나 한국과 협상을 시작하도록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싸우고 있고, 중국은 계속해서 대만에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 중국 모두 북한의 위협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의 부진으로 일각에서 ‘레임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강경한 대북정책을 바꾸거나 한·미동맹 강화를 중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한·미 관계를 포함한 미국과 동맹국 간의 관계가 우려하는 것만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코사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문서는 미국의 동맹에 관한 논의에서는 그 이전, 이후의 문서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다”면서 “이는 정당, 정치적 수사와 캐치프레이즈는 행정부마다 바뀌지만 미국의 국익이 크게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은 역대 대통령들과는 확실히 다르지만, 미국 정책의 ‘기초’로서 미국 동맹 네트워크의 중심은 지난 75여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사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우려에 대해서도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한 최초의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처음 주장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썼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