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국민의힘 ‘총선백서’ 작업을 두고 당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정훈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둘 다 책임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17일 CBS라디오에 나와 “한동훈 위원장이 본인이 책임이 있다고 인정을 했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에서 그 다음 날 사퇴한 것 아닌가. 대통령도 ‘책임 있음을 실감한다’, 그래서 기자회견도 바꾸겠다 하신 것 아닌가”라며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총선 패배 책임은 “기본이자 팩트”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패배 책임은) 국민의힘 구성원 모두에게 있고 권한이 크면 클수록 책임도 더 많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낮은 국정운영 지지율을 관리할 전략 기능 개선 등을 통해 향후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을 만드는 것이 총선백서의 “핵심 중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다만 “여기서 ‘누가 51(의 책임)이고 누가 49냐’, 이건 불가능한 수학”이라며 “이거 할 의도도 없고, 그렇게 되면 공격의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누구에게 총선 패배 책임이 더 크고 작은지를 따지는 형식의 백서 작업은 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백서의 “주어를 당으로 하라”면서 특정 인물의 책임을 추궁하는 형식은 배제했으면 한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특정인을) 공격할 의지는 없지만 우리가 왜 졌는지에 대해서는 아플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된다. 그래야 다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장동혁 전 사무총장 등 공천·선거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인사들과의 면담이 마무리되면 한 전 위원장과도 만나보려 한다고 조 위원장은 밝혔다. 그는 “5월 말, 6월 초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하는데 본인의 스케줄도 있으실 거고 최대한 정중히 면담을 신청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도 “필요하면 뵙고 싶다”면서 “왜 그때 그런 일, 특히 의대 (정원 증원) 이슈를 총선 전에 왜 들고 나오셨는지 진짜 한번 질문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총선백서가 ‘한동훈 책임론’을 부각해 한 전 위원장의 향후 정치 진로를 제약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의 주요 선거 전략이었던 ‘이(재명)·조(국) 심판론’과 ‘한동훈 원톱 선거체제’의 실효성을 묻는 질문이 백서 설문조사에 포함돼 한 전 위원장 지지자들이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조 위원장은 이런 비난이 “생각보다 아프고 따갑다”면서도 “딱 한 가지, 다시는 지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 백서 발간 책임을 맡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정말 당을 위해서 희생할 의지가 있으면 당대표 출마해서 백가쟁명식으로 당의 개혁에 대해서 토론하는 장을 만들어 보자”며 “지금으로선 확실한 흥행 카드 아닌가”라고 말했다.
백서특위는 17일 정영환 전 공관위원장을 불러 총선 평가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당내에는 여전히 백서 발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많다.
신지호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백서 작업은 이미 이쯤에서 중단해야 된다”며 “이제 백서 발간의 의도라든가 그런 데서 정당성을 이미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의원은 “사실 이철규 의원이 조정훈 의원을 백서 TF 팀장으로 천거를 한 걸로 당내에서는 다들 알고 있다”며 “사실상 한동훈 재등판을 막기 위한 백서 발간”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정훈 의원 본인도 전대 출마 의사가 있는 걸로 밝혀지는데 백서 발간 책임자를 한다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도 안 맞고 상식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백서의 정당성·소구력이 상실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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