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참여 최소 20% 정도 돼야”
김민석 10% 주장보다 강경의견
이재명 “제도 개혁 이견 없을 것”
전문가 “의원 선택권 제약” 우려
김진표 “대의민주주의 큰 위기”
더불어민주당 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 이변 이후 당원 반발이 거센 가운데 민주당 강경파가 연일 ‘당원 권한 강화’에 군불을 때고 있다. 급기야 국회의장 후보 선출 과정에 권리당원 의사를 10% 반영하는 ‘10% 룰’ 제안이 나온 데 이어 한 지도부 인사는 21일 최소 ‘20% 룰’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는 데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이런 제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국회법 위반 소지가 있다”, “건전한 대중정당 모델에 반한다” 등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국회의장, 부의장과 원내대표 선출에도 당원 참여가 한 20% 정도는 반영돼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김민석 의원이 제안한 ‘10% 룰’보다 강경한 의견을 낸 것이다. 장 최고위원은 “원내대표·국회의장은 국회 내 일이고 의정활동과 관련한 직무지만 결국 모든 직무가 국민과 당원을 위한 활동 아니냐. 결국 당원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를 보장하는 게 보다 더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연일 당원 권한 강화 목소리를 내는 인사 중 하나다. 그는 이날도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에서 “(국회의원이) ‘이건 내 고유 권한이야. 내 마음대로 하는데 왜 간섭하려 그래. 왜 시어머니 노릇을 하려 그래?’, 이러면 안 된다”며 당원의 국회의장 경선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10% 룰’ 등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이재명 대표 또한 당원 권한 강화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국회 본청 앞에서 진행한 당원 난상토론에서 당원 권한 강화와 관련해 “대중정당·국민정당으로 가는 길, 직접 민주주의 확장의 길은 피할 수 없다”며 “이번에 당원 중심 정당으로 제도개혁하는데 이론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어느 선거에서 어떤 형식으로 직접 민주주의를 늘리는 게 합당하냐에 대한 브레인스토밍 중”이라고 전했다. ‘10%룰’ 등을 포함해 세부안을 논의 중이란 취지다. 민주당은 올 7∼8월 예정된 시도당위원장 경선과 관련해 권리당원 의사 반영 비율을 강화하는 안을 구체적 수준에서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시도당위원장과 같은 당직의 경우 당원 의사 반영 비율 제고가 검토될 수 있지만 국회의장·원내대표 선출에까지 당원을 직접 참여시키는 건 정당 민주주의나 국회법에 반한다고 평했다. 김관옥 계명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와 관련해 “당권을 가진 사람이 궁극적으로 국회의장을 선출하겠다는 것”이라며 “국회의원의 선택권을 제약해, 그 자체로 사실상 국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장 경선 결과에 당원 의사가 반영되지 못했다’는 민주당 내 목소리에 대해서도 “결국 당원·국민의 대표자로서 당선자들이 국회의장 후보를 뽑은 거 아니냐. 거기에 당원 의사가 반영이 안 됐다고 하는 건 그 대표자들, 즉 당선자들의 존재를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당원 의사 반영을 강행할 경우 국회의장 선출 관련 ‘관례’ 또한 새로 검토해야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당직이야 당에서 알아서 하는 거겠지만 국회의장은 당직이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민주당이 당원 의사를 반영하겠다고 하면, 그간 다수당이 국회의장 후보를 내는 관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국회의장 경선 결과처럼 국회의원과 당원 간 의견 차는 “오히려 건강한 정당의 일면”이라는 평도 나왔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건전한 정당 정치라는 건 당원과 의원 간에 어느 정도 갈등·긴장이 있어야 한다”며 “오히려 그런 이견을 아예 없애려는 시도가 건강한 대중정당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22대 국회의원 초선 당선인 연찬회 인사말에서 최근 민주당 의장 경선 파장을 염두에 둔 듯 “지금은 정치인들이 당의 명령에 절대복종하지 않으면 큰 패륜아가 된 것처럼 (비난받는다)“며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진영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정치인을 향해 ‘수박’(비이재명계 인사를 겨냥한 멸칭)이라고 부르며 역적이나 배반자로 여긴다. 대의민주주의 큰 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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