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여론 악화 와중 비극 발생에 난감한 미국
미국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피란민촌 공습을 들여다보고 있다. 민간인 사상자가 300명에 육박하면서 이스라엘군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게 아닌지 살피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라파에서 또다시 무차별 공격이 이뤄질 경우 이스라엘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7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백악관은 유엔 산하 사법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라파 공격 중단 명령,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이스라엘 지도부 체포영장 청구 등 국제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진행된 이번 공습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은 것인지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보도를 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으며 우리는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한 책임이 있는 하마스 고위급 테러리스트 2명을 죽인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해왔듯이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평가하기 위해 현장에 있는 이스라엘군(IDF)과 파트너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며 IDF가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라고도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전날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해 라파 서부 탈 알술탄 피란민촌을 공습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 공습으로 지금까지 여성과 노약자 23명을 포함해 최소 45명이 숨지고 249명이 다쳤다고 집계했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 사건을 “비극적 실수”로 규정하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을 ‘레드 라인’으로 규정했으며 이달 초에는 이를 어길 경우 공격 무기와 포탄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수십만명의 피난민이 있는 라파 공격 시 팔레스타인 주민 피해가 급증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라파에 있던 민간인들이 일부 이동하고 이스라엘도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작전을 진행하는 방식을 미국 측에 설명하면서 대(對)라파 작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기류가 최근 미묘하게 변화한 바 있었다.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2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라파 민간인 피해를 고려하며 군사 목표를 달성할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 고위 관리는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이 라파 공격 계획을 보완하면서 미국 정부의 많은 우려가 해소됐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으로 상당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면서 미국 정부가 당혹스러운 입장이라는 것이다.
다른 관리는 “현재 상황이 미국의 조치를 필요로 하는지 결정하기 위해 백악관은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과정”이라면서 “이번 사건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증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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