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국제법 위반”…중재 노력 물거품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공격 중단 명령에도 가자지구 공습을 지속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최남단 라파의 난민촌까지 공습해 민간인 수십명이 숨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에 대해 “비극적 실수”라고 규정하면서도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혀 공분을 사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8일 오후 팔레스타인 문제를 의제로 긴급 비공식 협의를 열고 라파 난민촌 공습에 따른 민간인 피해 문제를 논의한다.
라파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해 가자지구 남쪽 끝까지 밀려 내려온 주민 수십만명이 천막을 치고 머물렀던 가자 최후의 피란처였다. 이스라엘군은 26일 라파 서부의 탈 알술탄 피란민촌을 공습했다. 이로 인해 어린이 포함 최소 45명이 숨졌고 249명이 다쳤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이번 공습이 유엔 최고법원인 ICJ가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는 긴급명령을 내린 지 이틀 뒤에 나온 것이어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규탄하며 “가자지구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 이 공포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도 ICJ가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는 구속력 있는 명령을 했음에도 이스라엘이 라파를 공격했다면서 “가장 강력한 말로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분노한다”며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즉각 휴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온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은 ‘학살’, 이스라엘을 ‘테러국가’라고 주장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와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 구호·인권 단체들도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경악스럽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군의 이번 라파 공습을 ‘전쟁범죄’로 조사할 것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요구했다.
이스라엘의 해명은 국제사회를 더욱 분노하게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군의 라파 공습에 따른 민간인 사망에 대해 “우리는 라파에서 전쟁과 무관한 주민 100만명을 대피시켰다.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제 라파에서 ‘비극적인 실수’가 있었다”면서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전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는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인 미국도 “이스라엘이 민간인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난민촌 공습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 가능성은 희미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를 인용해 “하마스가 최근 제안된 회담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협상을 중재해온 카타르는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이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목하고,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중재국인 이집트도 이스라엘에 ICJ의 결정을 이행하고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하마스 측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후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사망자 3만6000여명이 숨졌고 8만1000여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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