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병력 투입… 난민촌 사상자 발생
노약자 등 최소 45명 사망·249명 부상
백악관 “어떤 조치할지 파악하는 과정”
지상전 강행으로 전쟁 피해 확산 가능성
EU 등 국제사회서 제재안 논의 나서
이스라엘이 피란민이 밀집한 라파에서 지상전을 본격화함에 따라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예상된다. 국제사회가 수십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이스라엘군의 라파 난민촌 공습을 규탄하고 나선 가운데 지상전을 강행한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라파에 추가 병력을 투입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보병 지휘관 훈련을 담당하는 교육부대인 비슬라마흐 여단을 라파에 추가로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라파 작전에 투입된 부대는 총 6개 여단으로 늘어났다. 이스라엘은 그간 라파에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 등이 은신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조치는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을 찾아내고 퇴로를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의 라파 진격에 앞서 라파 공격 중단을 압박하기 위해 처음으로 이스라엘 제재안을 놓고 ‘의미 있는’ 논의를 했다고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할 마틴 아일랜드 외교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외교·국방 분야 장관 회의체인 외교이사회(FAC) 회의 참석 직후 기자들을 만나 “EU 회의에서 사상 처음이자 실질적 방식으로 (이스라엘을 겨냥한) 제재와 만약의 상황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는 국제사법재판소(ICJ) 긴급 명령을 이스라엘이 무시한다면 ‘제재에 기반한 접근’에 나설 필요성을 일부 회원국이 거론했다는 것이다.
마틴 장관은 “ICJ 긴급 명령과 관련해 열띤 논의가 있었다”면서 “이스라엘이 라파 국경검문소를 개방하고 라파에서의 군사작전을 멈추라는 긴급명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매우 명백한 관점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ICJ는 지난 24일 이스라엘에 라파 공격을 즉시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구호물자가 가자지구로 반입될 수 있도록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관문인 라파 국경검문소를 개방하는 등 조처를 하라는 긴급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라파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았고, 지난 26일에는 라파의 한 난민촌을 공습해 최소 45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249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를 일으켰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장 영상에 사람들이 정신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잔해에서 불타버린 시신들을 꺼내며 절규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시설과 의약품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WP는 공습 현장에서 3㎞ 정도 떨어진 국경없는의사회 임시 응급외상센터에 28명이 실려 오자마자 숨을 거뒀고, 심각하게 화상을 입거나 다친 180명을 치료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도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은 것인지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고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가 이날 보도했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액시오스에 “현재 상황이 미국의 조치를 필요로 하는지 결정하기 위해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과정”이라면서 “이번 사건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증가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군의 라파 공습에 따른 민간인 사망에 대해 “비극적인 실수가 있었다”고만 언급하고 “모든 전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는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도 다시 불씨가 사그라들게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를 인용해 하마스가 최근 제안된 회담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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