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기영 감독이 1960년 선보인 ‘하녀’가 영화인들이 선정한 역대 최고의 한국 영화 1위에 올랐다. 2, 3위는 각각 ‘살인의 추억’과 ‘기생충’으로 모두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 차지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31일 공개한 ‘한국영화 100선’에 따르면 ‘하녀’(1960)는 10년 전 조사에 이어 이번에도 1위로 꼽혔다.
학계, 언론, 창작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영화인 260명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해 지난해 6∼8월 투표했다. 영상자료원이 해당 조사를 실시한 건 2006년, 2013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2013년 조사에서 7위에 자리했던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은 2위로 뛰어올랐다.
3위는 한국 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받은 ‘기생충’(2019)이 차지했다.
박찬욱 감독도 ‘올드보이’(2003)가 5위, ‘헤어질 결심’(2022)이 공동 8위에 올라 두 편을 10위 안에 진입시켰다.
4위는 유현목 감독의 1961년작 ‘오발탄’이다. 6위는 하길종 감독 ‘바보들의 행진’(1975), 7위는 이창동 감독 ‘시’(2010) 공동 8위는 ‘헤어질 결심’과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1998)다. 10위는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100위 안에 올리기도 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복수는 나의 것’(2002),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아가씨’(2016) 등 7편이 한국영화 100선에 들었다.
임권택 감독이 6편, 이만희·이창동 감독이 각 5편, 김기영·배창호·봉준호 감독이 각 4편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영화 100선’ 최다 출연 배우는 송강호와 안성기로 각각 10편이었다. 여자 배우 중에선 배두나가 4편에 출연해 가장 많았다.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2000년대 이후 제작된 영화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24편, 2010년대 14편, 2020년대 1편 등 21세기 제작 영화 39편이 100위 안에 선정됐다.
반면 1940∼1960년대 제작된 영화는 2013년 조사에서는 34편이었지만 이번에는 16편으로 급감했다.
이번 조사에선 여성 감독들의 약진 또한 두드러졌다. 2013년에는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1995)이 유일하게 목록에 이름을 올렸으나, 이번에는 총 9편의 여성 감독 영화가 100위 안에 들었다. 박남옥 감독의 ‘미망인’(1955),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2013) 등이다.
영상자료원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달 선정작 리뷰와 해석 등을 담은 ‘한국영화 100선’ 특집 도서를 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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