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자국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일부 허용했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 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무기를 사용한 러시아 내부 공격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도 이날 오전 하르키우의 접경지대에서 미국산 무기를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긍정적 신호’를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받았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도 이날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다면서 미국·영국·프랑스와 협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할 무기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중거리 유도 다연장 로켓 시스템(GMLRS)과 야포 체계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는 러시아 본토 공격을 계속 금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미국이 제한적으로나마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것을 허용키로 하자 ‘핵무기’까지 거론하며 발끈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미국의 ‘본토 공격 허용’에 대해 31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은 파괴적인 힘의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위협도 핵 엄포도 아니다. 서방과의 군사 갈등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라 전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서방은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사용도 오산할 수 있으나 이는 치명적 실수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 대통령이 언급했듯 유럽 국가들은 인구 밀도가 매우 높다”고 위협했다.
그는 러시아가 전술핵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서방 내 관측도 오산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러시아는 지난 21일부터 전술 핵무기 훈련을 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 항공우주군과 벨라루스 공군·방공부대가 합동훈련에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하원(두마) 안드레이 카르파톨로프 국방위원장도 “비대칭 보복”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이같은 러시아 측 반응은 전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서방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의 민간 시설을 공격해오면 ‘비례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힌 것보다 더 강경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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