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탈 전공의들의 사직을 허용하고 행정처분 절차도 중단하면서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현장을 지켜온 전공의들과 형평성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이탈 전공의들에게 '퇴로'를 열어준 셈이지만, 정작 전공의들의 반응은 차갑다.
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사 총파업(집단휴진) 찬반을 묻는 투표에 돌입하며 집단행동을 본격화했다.
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공의와 소속 수련병원에 내린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 각종 명령을 철회하고,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각 병원장에게는 전공의 개별 의사를 확인해 복귀하도록 상담·설득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그동안 현장에 남아 환자 곁을 지킨 전공의들에게는 별도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사직 전공의가 복귀할 경우 수련에 전념해 전문의가 될 수 있도록 법적 문제도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전문의 시험을 먼저 치르게 한 후 미처 못 채운 수련 기간을 채우거나, 수련을 마친 뒤 추가 시험을 치는 방식 등을 고민 중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실장은 “전공의 연차별로 다 사정이 다른데, 어쨌든 복귀하면 장애를 없애주겠다는 게 기본 방향”이라며 “이탈한 기간만큼은 추가 수련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탈하지 않은 전공의와 차이가 있다. 결석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수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또 '의대 증원 백지화'를 제외한 전공의들의 기존 7대 요구사항을 정책에 반영하는 등 질 높은 수련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전공의들의 발길을 돌리고, 전문의 등의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브란스 응급의학과 전공의였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퇴직금은 준비되셨겠죠”라는 글을 올리며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다.
또 의대 커뮤니티 등에서는 “사직서 수리 후에도 전공의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증원 백지화를 요구해온 전공의들은 사직서가 수리되더라도 ‘달라진 건 없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료공백이 당장 해소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일부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몇몇 수련병원이나 병원 의국별로 사직서 수리에 대해 하나로 뜻을 모으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의협은 전날(4일)부터 나흘간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해 회원들의 총의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후 오는 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해 의료계 투쟁 동력을 결집할 계획이다.
이날 의대 교수, 봉직의, 개원의는 물론 전공의, 의대생 등이 의협을 중심으로 뭉쳐 대정부 투쟁을 선포할 계획이다.
의협은 정부가 수련병원과 전공의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업무개시명령 등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정부가 아무 대책 없이 의료농단, 교육농단 사태를 일으켰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의료 정상화를 위한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국민 앞에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무런 근거 없이 2000명 의대정원 증원만 고집하며 일으킨 의료 사태의 책임을 각 병원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정부를 사직한 전공의들이 어떻게 믿고 돌아오겠느냐”며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대 증원 절차 전면 중단을 위해 앞장서서 '큰 싸움'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수가 협상을 통해 정부가 저수가로 왜곡된 필수의료를 실릴 의지가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며 “전 회원의 뜻을 모아 정부의 의료농단, 교육농단을 막아내고 의료 정상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