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최근 가자지구 난민촌을 포격해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를 낸 데 이어 가자 중부의 유엔 학교를 공습해 또 수십명을 숨지게 했다. 도 넘은 민간인 공격에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6일(현지시간) 공군 항공기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피란민촌에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학교 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근거지를 폭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AFP 통신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30∼40명이 숨지고 다수가 다쳤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당국자들은 이번 공격으로 어린이 14명과 여성 9명을 포함해 최소 4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UNRWA는 35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고 현지 병원은 사망자 수를 최소 33명이라고 잠정 집계했다.
BBC는 학교 마당에 시신 약 20구가 담요 등에 덮인 채로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현지 주민들을 인용해 학교 내에서 폭격당한 구역이 남성과 남자 어린이들을 위한 쉼터였으며, 여성과 여자아이들은 다른 구역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전했다.
생존자 후다 아부 다허는 이날 새벽에 잠을 자다가 폭발음에 눈을 떴다면서 “사람들의 시신이 (학교) 안팎에 흩어져있었고 가스통이 폭발했다”고 아비규환과 같았던 폭격 순간을 돌아봤다.
그는 열 살 조카가 이번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가자시티에서 왔다는 피란민 나임 알다다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금속 조각이 날아다니고 주변 모든 것이 무너졌다.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건물에 머물러도 폭격을 피할 수 없었다면서 “모든 레드라인이 무너졌다. 이스라엘은 모든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성토했다.
이스라엘군은 학교 내에 은신한 하마스 조직원들을 겨냥해 정밀 타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하마스 전투원 30명과 이슬라믹지하드 전투원 9명을 확인해 이들이 숨어있던 교실 3곳을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피터 러너 중령도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 조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유엔 학교를 작전기지로 사용하고 있었다면서 “우리는 해당 정보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또한 이번 공격에 앞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했다고 강조했다.
러너 중령은 학교 구내에 숨어있던 하마스 전투원 20∼30명 중 다수가 이번 폭격으로 숨졌다며 “민간인 사상자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날 공격에 앞서 공습을 두차례 취소하는 등 민간인 피해를 줄이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BBC는 이스라엘군의 이런 언급이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군의 이런 언급은 앞서 지난달 26일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피란민촌 공습으로 다수 민간인 사상자가 나온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자 보건부는 당시 공습으로 여성과 노약자 23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최소 45명이 숨지고 249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또다시 인도주의 구역을 공습해 수십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전쟁범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엔은 이번 공격이 국제 인도주의법을 무시한 처사라고 규탄했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이 학교 안에 있었을 수 있다는 주장은 충격적이지만 우리는 해당 주장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자리니 위원장은 “유엔 건물을 공격하고 표적으로 삼거나 군사적 목적에 사용하는 것은 국제 인도주의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스라엘군이 해당 학교를 “사전경고 없이” 폭격했다면서 “UNRWA는 해당 학교를 포함한 모든 시설의 좌표를 이스라엘군과 다른 분쟁 당사자들과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대변인을 통해 “유엔 시설은 무력 충돌 중에도 침범할 수 없으며 언제나, 누구에게서든 보호받아야 한다”고 이번 학교 폭격을규탄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현재 가자지구에서는 수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해당 학교 건물이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UNRWA는 폭격 당시 피란민 6000명이 머무르고 있던 것으로 파악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인권단체 비티셀렘(B'Tselem)은 성명에서 이번 공습이 “전쟁범죄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만약 이스라엘 주장대로 하마스가 군사작전을 계획하려 학교를 이용했다면 이 행동은 불법이지만, 학교에 피신했던 민간인들에게 (이스라엘군이) 막대한 해를 끼쳤다는 사실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쟁을 통해 증명됐듯, 가자지구에서 이뤄지는 이스라엘의 군사 활동 특성상 민간인 살해는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하마스는 폭격당한 유엔 학교에 하마스 사령부가 은신해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일축했다.
하마스 정부 언론 담당자 이스마엘 알타와브타는 이스라엘이 “피란민들에 대한 잔혹한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날조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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