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13일 국회의장 후보 및 원내대표 선출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도록 한 민주당 당규 개정에 대해 “해괴망측한 소리”라며 “양당이 서로 못하기 경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전 총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그 동안 당원투표를 해서 잘 된 일이 없다”며 “(2021년)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귀책사유 있으면 (후보) 안 내기로 한 당헌을 당원 투표해서 고치고,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만들 때도 제가 ‘천벌 받을 짓’이라고 했는데 꼭 그런 고약한 짓을 할 때 당원 투표를 거쳤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당에서 국회의장 후보를 내면 만장일치 비슷하게 통과했는데, 저런 제도(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당원투표 반영)를 갖고 오면 과연 제2당 의원들이 흔쾌히 동의할지 모르겠다”며 “선출과정 자체가 의장 리더십에 상당히 상처를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헌∙당규를 특정인을 위해 자주 바꾸는 것처럼 보이는 건 아주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 전 총장은 “지금 깃발 부대가 설치고 있다”며 “일제 때 일장기 들고 설쳤던 사람들이 미군이 들어오니까 성조기를 제일 먼저 들고, 또 인민군이 쳐들어오니까 (그 사람들이) 인공기를 제일 먼저 들고 나갔다”며 “지금 그런 사람들이 설치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유 전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정치력 부재가 민주당의 독주를 부추겼다며 “양당이 못하기 경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총장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선자 연찬회에 갔을 때 자기가 바뀌었다는 걸 보여주려면 의원들에게 ‘아유, 이러다간 내가 거부권 대통령 되겠다. 제가 거부권 행사 안 하게 여러분들이 국회에서 타협하는 정치를 해달라’고 말해야 하는데, (오히려) 거부권을 무기로 사용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치를 포기하라는 얘기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 대통령 취임 후에 여권이 더 못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잘한 거 하나도 없는데도 저렇게 대승을 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마음대로 해도 (인기 없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있으니 그것만 믿고 (민주당이) 막 까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정말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이 지금 같이 그 따위 짓을 하겠느냐”고 했다.
유 전 총장은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국민의힘에게 ‘상임위원장 7개 주려고 할 때 받지 않으면 18개를 싹 다 가져오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그 친구는 남 골 지르는 데 선수”라며 “거기도 민주당 지지율이 못 올라가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몇몇 중에 하나”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가 점쳐지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해선 “조금 더 내공을 좀 쌓고 나오는 게 좋다”고 밝혔다.
유 전 총장은 “대통령 임기가 한 2년 정도 남은 상황에선 (윤 대통령과) 완전히 차별화하는 길을 갈 수 있지만, 지금 용산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며 당을 이끌어가기에는 (대통령 임기가) 너무 많이 남았다”며 “YS(김영삼) 정권 때 이회창 총재가 그랬다가 보수 분열로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남은 임기가 길다보니 조금 쉬었다가 나오는 게 내공도 쌓을 수 있다”며 “정치를 개뿔도 모르더라고, 한동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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