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앞두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열악한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인하를 끝내야 하지만, 서민 물가 부담 때문에 뾰족한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 유류세 인하를 종료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1년 11월부터 32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유류세 인하의 연장 여부를 다음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1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말 유류세 인하 종료 시점을 앞두고 인하 연장과 중단, 요율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입법예고 기간을 고려할 때 다음주 초쯤 연장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는 휘발유·경유 등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국제유가에 따라 기름값이 급등할 경우 정부는 한시적으로 세율을 조정해 가격을 안정시켜왔다. 현재 유지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 조치는 2021년 11월부터 시작됐다. 2021년 초 배럴당 6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가 10월 80달러를 넘어서자, 정부는 11월부터 6개월간 유류세 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 재연장하는 과정을 9차례나 거쳐 연장을 거듭하면서 인하 조처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휘발유 유류세는 25% 할인이 적용된 ℓ당 615원이다. 탄력세율 적용 전 ℓ당 820원에서 205원을 내렸다. 화물차 운전자의 유류세 부담을 덜고자 경유의 할인율은 37%를 적용하고 있다. ℓ당 가격은 581원에서 212원 내린 369원이다. 인하조치가 종료되면 당장 기름값이 200원가량 올라가게 된다는 뜻이다.
기재부가 인하 연장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세수 부족 때문이다. 올해 1∼4월 국세수입은 12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조4000억원이나 덜 걷혔다. 56조원 세수펑크가 난 지난해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유류세 인하를 종료할 경우 매달 4500억∼ 5000억원가량의 세수가 추가로 걷혀 연말까지 3조원의 세수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민생 안정 차원에서는 유류세 인하를 종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중반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신선식품지수 등 장바구니 물가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름값까지 오르면 고스란히 가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류세 인하의 주요 변수인 국제유가는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당장 인하를 종료할만큼 내림폭이 큰 상황은 아니다. 올해 6월 평균 국제유가는 79.92달러로, 2021년 유류세 인하를 결정한 시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수만 놓고 본다면 유류세 인하를 종료해야 맞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라며 “현실적으로 국제유가가 60달러 후반까지만 내려와도 고민의 정도가 덜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종료와 연장을 선택하는 대신 탄력세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휘발유 유류세를 역대 최대폭인 37%(1ℓ당 516원)까지 내렸다가 지난해 연장을 종료하는 대신 인하율을 25%로 낮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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