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재판의 결과를 수용하며 헌터가 항소를 고려하는 동안 사법적 절차를 계속해서 존중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아들 헌터 바이든이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자, 곧장 개인 성명을 내고 ‘재판 결과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아들 재판에 개입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좀처럼 헌터의 소송 등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을 두고 미국 CNN, ABC 등 다수 언론 매체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고, 평결 내용을 인정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성명에서 “나는 대통령이지만 아빠이기도 하다. 질(바이든 대통령의 부인)과 저는 아들을 사랑하고, 지금의 아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어 “역경에 직면한 헌터의 회복탄력성과 그가 회복에 가져온 힘은 우리에게 영감을 줍니다. 많은 가족들이 중독을 극복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있으며, 우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터가 이번 재판에서 2018년 마약 중독 사실을 숨기고 권총을 구매해 11일간 보유한 혐의로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이 마약 중독을 극복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립 약물남용통계센터(NCDAS)에 따르면 12세 이상 인구의 절반이 한 번 이상 불법 약물을 사용한 경험이 있고, 2000년 이후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약물중독은 미국 사회 전반이 안고 있는 문제다. 알코올 중독, 마리화나, 펜타닐 등 꼭 마약 중독이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미국인들이 중독과 싸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헌터의 유죄 평결과 관련, “심정을 잘 이해한다. 우리 가족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어 “아버지로서 매우 힘든 일이다. 형제나 자매에게도 힘든 상황이다. 알코올 중독이든 마약 중독이든 어려운 상황이 그치지 않고 계속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형 프레드는 1981년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공감을 표시했다고 평가했다.
헌터가 기소된 혐의는 최고 25년의 징역형과 75만달러(약 10억3000만원)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징역형이 선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직 성인물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2006년 혼외정사 폭로를 막기 위해 2016년 대선 직전 대니얼스에게 거액의 돈을 건넸다는 재판과 대비되는 효과도 부정하기 어렵다.
물론 헌터의 유죄 평결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연일 부각하고 있는 바이든 캠페인이 헌터의 유죄 평결로 선거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터는 탈세 혐의로도 기소돼 9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총기 불법 소유 재판과 달리 탈세 혐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때 헌터가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으로 영입돼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과 맞물려 있는 만큼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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