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는 위상에 부끄럽게도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악인 수준이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전국 229개 지자체의 전수조사 결과 생계를 위해 폐지줍는 노인만 무려 1만 5000명에 달했다.
이들의 나이는 평균 78세였는데, 사회에서 은퇴한지 수십년이 지나도 빈곤에 허덕이며 오늘도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폐지수집 노인 지자체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부가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수행한 지자체 전수조사 결과 폐지수집 노인은 1만4831명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폐지수집 노인이 253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 2511명, 경남 1540명, 부산 1280명 순이었다.
폐지수집 노인의 평균 소득은 월 76만6000원이었다. 그마저도 기초연금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노인들의 월평균 소득은 50만원대가 가장 많다. 서울의 비싼 월세와 물가를 생각해 볼 때 얼마나 힘들지 가늠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폐지줍는 노인들의 소득을 구간별로 보면 50만원 이상∼60만원 미만 구간 비율이 23.9%로 가장 높다. 이어 70만원 이상∼80만원 미만이 13.9%, 60만원 이상∼70만 원 미만이 13.3%였다. 이들의 재산 규모는 2500만원 미만인 이들이 25.2%로 가장 많다.
더 큰 문제는 폐지를 주어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이 대부분 환갑을 넘어 칠순중후반대라는 점이다.
조사 대상자들의 평균 연령은 78.1세에 달했는데, 80∼84세의 비중이 28.2%로 가장 컸다. 75∼79세는 25.2%, 70∼74세 17.6%였다.
전체 성별을 보면 여성이 55.3%로 남성보다 많았다. 여성의 경우 경제활동이 없거나 적다보니 남성에 비해 빈곤에 빠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실정을 반영하듯 한국은 OECD회원국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Pensions at a glance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38개 국가 중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이웃 일본(20.2%)이나 미국(22.8%)의 두 배 수준이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낮은 출산율도 문제지만 고령사회 정책도 뒤로 밀려선 안 되는 시급한 과제”라며 “고령사회 정책은 노인 빈곤 문제를 중심으로 본격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폐지수집 노인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지자체 특성에 맞는 정책을 마련하도록 지원하고, 노인일자리 사업에 더 많은 폐지수집 노인이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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