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에서 레이저가 무기로 쓰이는 시대가 열린다. 방위사업청은 11일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block)-Ⅰ(사진) 양산에 착수, 연내 전방부대에 실전배치한다고 밝혔다. 외국에서 레이저 대공무기를 개발 중인 사례는 많지만 정식으로 군에 실전 배치까지 나아간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레이저 대공무기는 광섬유에서 생성한 레이저를 공중에 있는 드론 등의 표적에 비춰서 무력화하는 것이다. 무인기의 궤적을 추적하면서 레이저를 10∼20초 쏘면 섭씨 700도 이상의 열에너지가 발생, 무인기의 엔진이나 전자장비를 태워버린다. 카메라와 레이저 거리측정기 등으로 구성된 전자광학장비를 사용하면 대대급 무인정찰기 수준의 무인기는 3㎞, 소형 드론은 2㎞ 거리에서 탐지·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저 대공무기는 전기만 공급되면 운용이 가능하고 1회 발사 시 소요 비용은 약 2000원에 불과하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소음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탄약을 쓰는 기존 대공포와 달리 낙탄에 따른 피해 우려가 없으므로 도심에서도 사용이 수월하다. 지난해 4월 시험 평가에서는 3㎞ 밖에 있는 무인기 30대를 향해 레이저를 30회 발사해서 모두 맞혀 명중률 100%를 기록했다. 현재는 출력이 낮아 무인기에만 적용할 수 있으나 성능개량을 통해 레이저 출력을 강화하면 항공기나 미사일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은 레이저를 무기에 적용하는 ‘한국형 스타워즈 프로젝트’의 첫 사업이다. 2019년 8월부터 871억원이 투입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체계개발을 주관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시제 기업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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