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대선 후보 사퇴 요구에 맞서 1시간에 가까운 기자회견을 하고 완주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후보 사퇴론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 공식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된 약 59분간의 기자회견에서 회견 초반 잦은 기침과 불분명한 발언 등으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잘못 부르는 등 위태로운 모습을 나타냈다. 다만 기자회견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답변으로 외교 정책 등에 대해 일관적인 답변을 내놓았고, 완주 의지를 확고히 밝히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은 몇 가지 실수를 했지만 외교 정책의 깊이를 보여줬다”고 평가한 것이 한 사례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대 기자회견을 전후로도 후보 사퇴 요구는 꾸준히 이어졌다.
민주당 스콧 피터스 의원은 성명을 통해 “오늘 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선 캠페인에서 사퇴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피터스 의원은 “이번 대선에 걸린 것이 많고 우리는 패배의 길로 가고 있다”면서 “내 양심은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큰 애정과 충성심보다 국가와 민주주의에 대한 충성심을 앞세워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에릭 소렌센 하원의원도 이날 “나는 우리의 가장 좋은 날이 아직 남아 있다고 믿는다”면서 “오늘 저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 물러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 4명을 포함한 민주당과 진보진영 하원의원 264명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개적, 비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한 의원은 모두 2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보좌관 및 고문 등이 내부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하도록 설득하는 방안에 대한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선 캠프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유력한 대타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대결할 경우 경쟁력이 있는지를 조사했다고 NYT는 전하기도 했다.
특히 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얼마나 더 어려워졌는지에 대한 우려를 사적으로 표명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군이자 하원 내에서 영향력이 큰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직전까지 봉합되는 듯한 후보 사퇴론을 재점화시킨 바 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당 소속 213명 하원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당 대선 후보로 남아있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이는 모든 사람의 목소리가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분명히 하기 위한 프로세스”라면서 의견 수렴 뒤에 지도부를 소집해 그 이후 단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날 기자회견을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견도 이어졌다.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정부를 운영하고 이끌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능력을 우려한 사람들은 (이제) 안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브 코언 하원의원도 “바이든 대통령은 많은 사람에게 그가 반드시 대선에 남아야 한다는 확신을 줬다”고 평가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