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한전)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만 65세부터 변전 전기원 자격증을 말소하는 규정 폐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26일 인권위에 따르면 한전은 유관기관과 협의해 변전 전기원 자격증의 연령제한 규정 폐지와 체력·건강 인증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규정 폐지에 따른 고령 자격자 관리 계획도 세울 예정이다.
변전 전기원 자격증은 변압기·차단기 등 고전압 시설을 설치하거나 유지·보수하는 일에 요구된다. 한전은 ‘변전 전기원 교육 및 평가관리 업무 기준서’ 규정을 근거로 만 65세가 된 이들의 자격을 말소해왔다.
진정인 A씨는 “만 65세가 넘어도 체력적으로 변전 전기원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젊고 경험 없는 사람들이 사고를 더 많이 당하고 있으며, 나이가 많은 사람의 현장 경험을 사장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낭비라는 것이 A씨 주장이다.
반면 한전 측은 “변전 전기원은 2.5∼9m 내외의 초고전압 전력 설비인 변압기와 차단기 등을 직접 오르내리며 작업하므로 노동 강도가 세고 산업 재해 발생 요인도 있다”며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나이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올해 2월 A씨의 진정을 접수한 뒤 한전에 관련 규정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업무수행에 필요한 체력·능력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는 점, 장비 발달 등으로 업무 시 필요한 체력 강도가 약해진 점, 업무 중 사고가 만 65세 이상에 집중돼있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이같이 판단했다.
한전의 권고 수용에 인권위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우리 사회에서 기업이 오직 근로자의 나이를 이유로 일률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업무 능력을 더욱 섬세하게 검증하는 제도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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