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병원 등 공공건물의 안전 시공을 관리·감독해야 할 감리업체가 짬짜미로 5700억원대 입찰 물량을 나눠 먹고 심사위원들에게 뒷돈을 줘 일감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감리업체들의 입찰 담합 사건과 뇌물 수수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감리업체 임직원 등 68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30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는 2019년 10월∼2023년 2월 LH와 조달청 등이 발주한 공공 발주 감리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를 받는 법인 17개사와 개인 19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날 기소했다.
이들은 낙찰 금액 기준 5740억원 상당의 총 94건의 입찰에서 낙찰자를 미리 정해 들러리를 서주는 등의 방법으로 담합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소 대상에는 지난해 4월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가 일어난 인천 검단 자이 아파트 감리 입찰에서 담합한 업체들도 포함됐다.
검찰은 2020년 1월∼2022년 12월 업체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달라’는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교수, 공무원 등 입찰 심사위원 18명(구속 6명)과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감리업체 임직원 20명(구속 1명)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이 주고받은 뇌물액은 총 6억5000만원 상당으로, 각 심사위원은 300만원에서 8000만원까지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심사위원은 업체끼리 경쟁을 붙여 더 높은 뇌물 금액을 제시하게 하거나 경쟁사에 꼴찌 점수를 주고 웃돈을 받았다. 여러 업체로부터 동시에 돈을 받는 ‘양손잡이’도 있었다. 발주청에서 받은 자문 업무를 감리업체 직원에게 대신하게 한 심사위원 사례 등도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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