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1인자의 암살에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휴민트(인적정보)와 첨단무기 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움직임을 인지했던 상태였다고 전했다. 모사드는 하니야의 행동 패턴을 분석했으며, 하니야가 이란을 세 차례 방문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암살로 모사드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니야는 이란 테헤란 북부에 있는 귀빈용 숙소 6층 건물 중 자신의 방에서 폭사했다. 정확한 암살 방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모사드는 하니야가 사용할 방을 예측하고 숙소 경호를 맡은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를 피해 폭탄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폭탄이 숙소에 미리 설치돼 있었다며, 폭탄은 인공지능(AI) 기능이 장착된 첨단 장치라고 덧붙였다. 이란 현지에 있던 모사드 요원이 하니야가 방 안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 원격으로 폭탄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다만 이스라엘과 이란 관계 전문가인 로넨 솔로몬은 폭탄 설치 과정에서 “이란 정권의 반대파나 하마스 내 하니야 반대 세력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고, 일각에선 하니야 일행의 수화물에 섞여 폭탄이 숙소로 반입됐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5명의 중동 소식통을 인용해 약 두 달 전부터 폭탄이 숙소에 숨겨져 있었다고 보도했다.
하니야는 테헤란을 방문할 때 해당 숙소에 여러 번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3명의 이란 관계자는 NYT에 해당 시설은 휴양지, 비밀회의 혹은 하니야와 같은 저명한 손님을 수용하는 데 사용하는 곳으로 혁명수비대에 엄청난 당혹감을 안겨줬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재단’의 마크 듀보위츠 대표는 “모사드가 이란 내부에 얼마나 깊숙하게 침투해 있는지 이란 최고지도자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가운데 반미·반이스라엘 무장세력인 ‘저항의 축’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며 중동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IRGC 사령관은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을 “망나니 범죄자”라고 비난하고 “잔인하고 더러운 범죄를 두고 저항 전선에 있는 무자헤딘(성스러운 이슬람 전사)의 복수 불길이 타오른다”고 비판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는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슈쿠르 사령관 장례식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공습으로 ‘레드라인’을 넘었다면서 명백한 대응을 약속했다.
미국 또한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 공격을 단행할 것을 확신하고 대응 준비에 들어갔다. 두 명의 미국 소식통은 악시오스에 이란이 보복할 것이라는 분명한 징후를 전날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대리세력(중동 내 친이란 무장조직)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조율하고 준비하는 데 며칠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미 국방부와 미군 중부사령부가 지난 4월에 있었던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앞서 했던 것과 비슷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준비에는 걸프만, 동부 지중해, 홍해에 배치된 미군 자산이 포함된다고 말한 그는 “며칠간의 힘든 날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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