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정부가 미야자키현에서 발생한 규모 7.1 지진을 계기로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를 발표하자, 현지에서는 대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보에 취약한 외국인(거주 외국인 등)의 불안이 고조된 한편 일부는 식음료품을 사재기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혼란한 틈을 타 온라인상에는 이른바 구름 사진을 공유하며 “지진운 아니냐”고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또 15일 등 특정일을 거론하며 지진 발생을 예고하는 글도 올라오는 등지진에 익숙한 일본 국민이지만 갑자기 닥친 대지진 공포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2일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일 미야자키현 지진 이후 대지진 징조라는 이른바 ‘지진운’(地震雲)이라고 주장하는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지진운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나타난다는 형태가 특이한 구름을 뜻한다.
이러한 가운데 ‘지진운’ 검색 사례도 늘면서 미야자키현의 경우 지진 발생일인 8일부터 이날까지 관련 검색이 급증했다. 또 인근에 있는 미에현, 오이타현, 미야자키현에서도 지진운 검색 비율이 높았다.
이들 지자체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 피해 예상 지역이다. 일본이 경계하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은 수도권 서쪽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 난카이 해곡에서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한다는 대형 지진이다.
지진운 사진뿐 아니라 일시를 특정해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고하는 글도 늘었다. 소셜미디어에는 “8월 15일에 거대 지진이 온다” 등의 글이 게재됐는데 이 중에는 전날까지 조회 수가 무려 200만회를 넘은 것도 있다.
다만 이는 비전문가의 개인적 주장일 뿐이다. 현대 과학으로 지진 발생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 기상청은 지진운과 관련해 “구름은 대기(大気) 현상이고 지진은 대지(大地) 현상으로, 둘은 전혀 다른 현상이며, (지진이 구름의) 영향을 받는다는 과학적인 메카니즘이나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시와 장소를 특정해 지진을 미리 안다는 정보는 헛소문”이라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30년 이내 대지진 발생 가능성이 무려 70%에 육박한다는 일본 기상청 발표처럼 미리 준비하자는 움직임도 나온다.
지진 발생 후 4일이 지난 이날(12일)까지 일부에서는 음식료품을 사재기하는 등의 초조한 모습도 보인다. 또 일본 최대 명절인 오봉절(8월 15일) 연휴를 앞두고 휴가를 취소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 역시 행사를 취소하거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피 경로를 안내하며 지진 발생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인근 지역인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에서도 여행 예약을 취소하는 등의 문의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의 경계에 있는 기리시마 연산에서도 화산성 지진이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일본 기상청은 “기리시마 연산을 진원으로 하는 화산성 지진이 증가하고 있다”며 “돌발적인 분출의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평소보다 높다”며 계속해서 주의를 당부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보에 취약한 외국인의 경우 불안감이 더 크다고 신문은 전한다. 신문은 “난카이 트로프 지진의 임시 정보(거대 지진주의) 발표가 나온 뒤 일본을 여행 중인 외국인들에게 두려움이 확산하고 있다”며 “지진 등에 대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여행객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의한 자세한 정보 발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재해 시기 인간 심리를 연구하는 기무라 레오 효고현립대 교수는 “1923년 간토대지진 이후 큰 지진이 있을 때마다 지진이 다시 올 것이라는 거짓 정보가 반복적으로 확산했다”고 지적했다.실제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다”는 우려는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는 이어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가 나온 상황이어서 (거짓 정보를) 믿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며 “냉정하게 받아들여 확산에 가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을 70∼80%로 보고 있다. 규모 8∼9에 달하는 지진이 일어나면 23만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오고 건물 209만 채가 피해 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또 경제적으로 약 1경 3710조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도 전망됐다.
지진, 재해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토목학회 위원회는 난카이토라후 거대지진과 수도 직하지진으로 인해 지표면이 요동을 치고 화재, 쓰나미 등이 덮치면서 도로와 항만 등 교통 인프라가 파괴되고 공장 등 생산시설이 엄청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