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커피 산업의 성장세가 매섭다. 최근 10여년 커피 관련 지표들을 보면,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바람이 마침내 커피에서도 태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의 반세기 만이다.
한국의 커피 열기가 대단하지만, 중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시쳇말로 사이즈가 다르다. 한국 커피가 거대한 중국 시장을 ‘어장’으로 활용할지, 끝내 기세에 눌려 ‘중화의 속방’으로 빨려 들어갈지…. 당초 우리의 것이 아니었던 문화를 꽃피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K커피’로 상징되는 한국 커피만의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 과연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
국제커피기구(ICO) 자료를 보면, 중국의 커피 소비는 2010년 이후 연평균 21%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세계 연평균 성장률이 1.8%이니 10배를 훌쩍 넘는 기세이다. 반면 한국은 5%, 인구 규모가 중국과 비슷하고 역시 차를 마시는 전통을 지닌 인도는 1.6%에 그쳤다.
이런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커피 소비량은 지난해 60㎏ 포대 370만개로 전 세계 소비량의 2.1%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2270만개를 소비한 브라질과 2590만개를 마셔버린 미국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의 커피 소비량이 한국(290만개)을 제쳤다.
중국 커피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엄청나다. 14억 인구 가운데 현재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10%를 조금 넘을 뿐이다. 1인당 커피 소비량도 0.15㎏으로, 세계 평균(1.36㎏)에 한참 못 미친다. 중국이 세계 평균만큼 마실 경우, 소비량이 60㎏ 포대 3170만개에 달하게 된다. 이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커피 시장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커피 소비가 한때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다. ‘글로벌 커피 리포트’가 지난 7일 중국국가통계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년 약 470만명이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최근 20년 동안 고등교육기관 이상을 졸업한 사람이 1억2790만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고등교육기관 졸업생 1050만명이 노동 인구로 방출돼 ‘잠재적 커피 애호가’에 추가됐다.
중국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60%가 20∼40세에 몰려 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25∼34세 인구는 2억200만명, 35∼44세 인구는 2억800만명이다. 커피를 마실 미래 세대인 24세 미만이 1억5300만명에 달한다.
중국은 커피 생산국으로서도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윈난성에서만 8만㏊ 커피밭에서 매년 60㎏짜리 230만포대의 생두를 생산하고, 푸젠성, 하이난성, 쓰촨성에서도 재배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런 마당에 한국 커피만의 경쟁력이 아쉽다. 글로벌 행사라는 미명하에 혈세가 SCA와 같은 외국 민간단체가 치르는 대회를 빛내는 데 소진되고 있다. 우리 대회를 세계적으로 키워나가는 노력이 아쉽다. 한국 전문가들이 우리의 입맛을 기준으로 세계 커피의 순위를 매기는 ‘경기도 세계커피콩축제’가 오는 10월에 시흥에서 열린다고 한다. 진정한 K커피의 기원이 되길 바란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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