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0명 중 7명 정신건강 나빠”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지난 3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지우기’ 및 여성의 정신 건강 위험이 심각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여성이 공적·사적 공간에서 의사결정을 할 힘이 없고, 10명 중 7명의 여성은 정신 건강이 나쁘다고 보고됐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여성기구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앨리슨 다비디안(사진) 유엔 여성기구 아프가니스탄 대표는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이 처한 인권 상황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15일 탈레반 집권 3주년을 맞아 발간된 유엔 여성기구의 아프간 여성 인권 관련 최신 간행물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이 간행물은 2021년 8월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사는 수천 명의 현지 여성과 진행한 조사 내용을 담았다.
다비디안 대표는 “아프간 여성이 공적 생활에서 지워진다는 것이 가장 충격적인 추세”라고 요약하며 “중앙·지방 정부 리더십 위치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프간 여성은 단 한 명도 없고, 기껏해야 다른 여성이 차별적 법령을 준수하는지 감시하는 역할만이 주어졌다”고 꼬집었다. 이런 정치적 소거 현상은 사회 전반에도 반영됐다. 다비디안 대표는 “조사 대상 여성 98%가 지역 사회에서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느꼈으며, 가정에서 의사 결정이 힘들다고 한 답변도 지난해보다 60%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여성의 권리 상실은 정신 건강 위기 심화로도 이어졌다. 유엔이 상담한 아프간 여성 68%는 정신 건강이 ‘나쁨’ 또는 ‘매우 나쁨’ 상태라고 답했다. 자살을 시도한 여성이나 소녀를 최소 한 명 알고 있다고 한 경우는 8%였다. 유엔 분석에 따르면 2026년까지 110만명의 소녀가 학교에서, 10만명 이상의 여성이 대학교에서 쫓겨남에 따라 조산율은 45% 증가하고 산모 사망률도 최소 50% 증가하는 상관관계가 포착된다.
다비디안 대표는 “여성에게 계속 투자해 탈레반이 억압하려는 이들을 지원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며 “유엔 여성기구의 세 가지 전략은 기초 여성 조직에 유연하고 장기적 자금 할당하기, 여성 회복력과 권한 부여·리더십에 직접 투자하는 프로그램 설계, 아프간 여성이 우려와 우선순위를 직접 표현할 공간 마련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의 권리를 위한 싸움에서 우리는 아프가니스탄뿐 아니라 전 세계적 전환점에 있다”며 “어떤 곳은 비난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는 탈레반을 따라하기 위해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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