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의무 육아휴직·임산부 근로보호 장려해야”
국내 기업의 인구위기 대응 평균 점수가 100점 만점에 55.5점에 불과하다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 남성 의무 육아휴직과 임산부 근로보호를 장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18일 이 같은 내용의 ‘인구위기 대응 우수기업 기초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인 국내 300개 기업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들 기업의 출산·양육지원, 일·가정 양립지원, 출산장려 기업문화 조성, 지역사회 기여 등 네 가지 부문의 17개 세부 지표를 평가했다.
300개 기업 중 총점이 가장 높은 기업은 85.3점을 기록한 삼성전기다. 롯데정밀화학(83.8점), 신한카드·KT&G·KB국민카드(각 80.9점), 국민은행·삼성전자·한국가스공사·제주은행·효성첨단소재(각 79.4점) 등이 10위권에 들었다.
총점이 가장 낮은 기업은 자회사 지분만을 보유하는 순수 지주회사로, 16.2점이었다. 연구원은 하위권 기업의 기업명은 공개하지 않고 산업명만 표기했다.
자체 사업을 하지 않는 순수 지주회사를 제외하면 유틸리티·에너지 기업이 최하위권에 많았다. 296위(27.9점), 297위(26.5점), 299위(25.0점)가 모두 유틸리티·에너지 기업이었다.
세부 지표 평가를 토대로 매긴 네 가지 부문의 점수에 가중치를 두고 합산해 기업의 인구 위기 대응 총점을 산출한 결과, 300개 기업 전체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55.5점이었다. 대분류별로 보면 일·가정 양립지원 부문의 점수가 75.9점으로 가장 높았고, 출산장려 기업문화 조성이 55.1점, 출산·양육지원이 52.0점이었다. 지방소멸 대응은 21.3점으로 가장 낮았다.
연구원은 300개 기업이 임직원 육아 지원, 직장 내 어린이집 운영 등 법적 의무사항에 대해서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 중 극히 일부만 남성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남녀 모두 육아에 참여하도록 장려하는 근로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원이 상위권 기업 50곳과 하위권 기업 50곳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두 집단 사이에는 임산부 근로 보호 제도와 직장 내 어린이집 운영 여부에 따른 점수 차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난임 치료 휴가, 태아 검진 시간 허용 등 임산부 근로 보호 제도는 모두 법적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이용을 장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원은 자체 기준으로 순수 지주회사 28곳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을 11개 산업별로도 분류해 부문별 점수와 순위를 매겼다. 제조업 중 ‘IT부품·하드웨어, 반도체와 기계 부품 제조 산업’으로 분류된 25개 기업의 평균 점수가 60.5점으로 가장 높았다. 2위는 금융업 부문으로 이 부문 기업들의 평균 점수는 60.2점이었다.
IT부품·하드웨어, 반도체와 기계 부품 제조 산업의 경우 양육단계 지원 점수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지방소멸 대응 수준도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평균점수 최하위 산업은 건설업으로 51.1점이었다. 두 번째로 점수가 낮은산업은 철강·조선·식음료 등 기타 제조업 부문으로 52.9점을 기록했다.
건설업은 특성상 일용직 등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고용 형태가 많아 고용 안전성이 세부 평가 지표로서 포함된 ‘출산 장려 기업문화 조성’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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