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0.5평꼴… 발뻗고 누우면 꽉차
헌재, 2016년 “과밀수용은 인권침해”
1인당 0.78평이상 확보 계획도 난망
지난 8월 기준 교정시설 수용률 124%
시설 10곳 더 신축해야 정상수용 가능
2023년 기준 징벌사유 ‘입실거부’ 최다
전체 건수도 2년새 41% 크게 늘어
수용동 관리하는 보안과 기피 업무 1호
직원들 물리적 한계… 정신건강 위협
교정 공무원 정원 확대 등 목소리 높아
“시설 확대 등 국회·지역사회 협조 시급”
추적추적 내리는 장맛비도 폭염을 식히지 못한 지난달 23일 오후 2시, 충남 천안시 천안교도소 수용동을 찾았다. 건물 복도를 따라 늘어선 철장 너머로 푸른 옷을 입은 재소자들이 다닥다닥 비좁게 앉아있다. 다들 무더위에 지쳐 있는 표정이지만 선풍기 바람을 쐬는 것도 쉽지 않다. 유일하게 더위를 식혀줄 선풍기는 과열방지를 위해 사용 시간이 50분 간격으로 제한돼 있다.
“천안교도소 수용률이 높아지면서 원래 정원이 6명인 혼거실(여러 명이 사는 방)을 7~8명이 쓰는 중입니다 .” 교도소 안내를 돕던 교정 직원이 기자에게 말했다. 혼거실 한 곳의 크기는 4.5평(15.48㎡). 관물대, 각종 소지품이 차지하는 공간을 제외하면 1명에게 돌아가는 공간은 채 0.5평이 되지 않는다. 발을 뻗고 누우면 꽉 차는 넓이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과밀 수용은 인권침해”라며 위헌 결정을 내리고 1인당 수용면적 2.58㎡(0.78평) 이상을 지난해 12월까지 확보하라고 촉구했지만, 상황은 오히려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124% 넘은 수용률, 수용자 간 폭행도 늘어나
재소자들이 작업을 나가 아무도 없는 빈 혼거실 안에 들어섰다. 창문을 통해 내리쬐는 햇볕이 피부에 따갑게 닿았다. 방금까지 땀 흘리며 서 있던 교도소 복도가 그나마 시원하게 느껴졌을 정도다. 벽에 걸린 빨래와 각종 소지품으로 꽉 찬 관물대, 잠잘 때 쓰는 매트가 안 그래도 좁은 방을 더욱 비좁게 했다. 재소자들은 밤마다 잠들기 전 매트로 ‘테트리스’를 맞추는 데 도가 텄다. 7~8개의 매트를 일렬로 펼칠 수 없어 교차해 펼치면,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발치에 머리를 눕혀야 한다.
지난달 29일 기준 천안교도소가 수용하고 있는 재소자는 1570여명이다. 수용 정원인 1230여명보다 350여명을 초과 수용하고 있다. 천안교도소의 연평균 수용 인원은 2021년 1180명, 2022년 1324명, 2023년 1429명, 2024년 1558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과밀 수용은 천안교도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8월 기준 전국 교정시설 수용인원은 6만2200여명으로 수용정원인 5만192명 기준 수용률이 124%를 넘어섰다. 전국적으로 약 1만2000명을 초과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천안교도소 같은 교정시설 10개를 더 신축해야 정상적인 수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같은 시각, 교도소 내 작업장에는 재소자들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어봉’에 가죽을 입히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흑인을 포함해 다른 인종의 재소자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천안교도소는 우리나라 교도소 중 유일하게 외국인 전담시설로 지정돼 수용인원의 절반 이상인 800명이 56개국에서 온 외국인이다.
가장 더운 낮 시간에 작업장에 나가는 건 본인에게도, 함께 방을 쓰는 다른 이에게도 행운이다. 잠시나마 방의 인구 밀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수용자 수가 4년간 300명 넘게 늘어났지만,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그대로여서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이던 단수 시간이 1시간 정도 늘어나는 날도 많아졌다.
보안과장은 “우리나라 재소자들은 단수한다고 하면 금방 수긍하지만, 외국인 재소자들은 ‘인권침해’라면서 항의하거나 진정을 제기하기도 한다”며 “여러 국가에서 온 수용자들이 섞여 있다 보니 종교적인 이유로 싸우기도 하고 집단폭행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했다.
좁은 공간에 수용자들이 늘어나다 보니 수용자 간 폭행을 비롯한 사건사고는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 재소자가 다른 재소자와 말싸움을 하다가 주먹으로 때려 이가 빠지고 안와골절상까지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너는 왜 사람 많은 데서 왔다 갔다 하냐· 조용히 좀 앉아 있어라”라는 말 한마디가 싸움의 발단이었다. 교도소 내에서 발생한 사건을 조사하고 징벌 조치를 내리거나, 경찰로 송치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천안교도소 교정경찰은 기자에게 “작은 방 안에 여러 사람이 지내다 보니 살만 부딪쳐도 폭력으로 이어지거나, 방에 들어가길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천안교도소 내에서만 이 같은 사고가 일주일에 평균 25~40건 발생한다.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재소자가 징벌을 받은 전체 건수는 3만323건으로, 2021년 2만1460명에 비해 41.3%가 크게 증가했다. 구체적인 징벌 사유별로는 △입실거부(8402건) △수용자 간 폭행(6166건) △기타(4953건) △수용 생활 방해(3943건) △일과 방해(2185건) △물품 수수(1339건) △직원 폭행 등(848건) 순으로 많았다.
◆교정 직원들 물리적 한계… 정신건강도 적신호
이들을 관리하는 교정 직원들 역시 한계에 다다랐다. 천안교도소 수용인원이 최근 4년간 330명 증가하는 동안 직원 수는 2021년 327명에서 2024년 328명으로 불과 1명이 늘었다. 격무에 시달리는 교정경찰이나 수용동을 직접 관리하는 보안과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기피 대상’이다.
교도소 내 각종 사건 사고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천안교도소 내 교정경찰은 5명뿐이다. 이 교정경찰은 “한 주에 최대 40건의 사건이 발생하는데, 가·피해자부터 목격자 등 3~4명을 조사해야 하는데 오리발 내밀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밥 먹는 시간 말고는 오전, 오후 내내 하루종일 조사 업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소자들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수용동 직원들은 1명이 재소자 50~60명을 맡고 있다. 교도소별로 상황이 제각각이라, 직원 1명이 90∼100명의 재소자를 관리하는 곳도 있다. 수용인원 증가로 입·출소 인원과 검토해야 할 서류가 늘어남에 따라 ‘오인석방’과 같은 또 다른 종류의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수용기록과도 마찬가지다. 천안교도소에서 수용자 1570여명의 수용기록 업무를 하는 직원은 2명뿐이다. 이들 직원은 수용자의 수용기록 관리뿐만 아니라 형사·행정·민사·가사·재산채무 등 각종 소송서류 접수 및 송달 업무도 모두 맡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일보 8월 14일자 6면 참조>
교정공무원의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교정공무원 정신건강 프로그램 이용 현황을 보면, 2021년 4295건이던 프로그램 이용 건수가 지난해 7050건으로 64% 급증했다. 올해는 7월31일까지 이용 건수가 5837건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이용 건수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연말에는 1만 건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추산치대로라면 2021년 이용 건수의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교정 직원들이 사용하는 내부 게시판에는 “과밀수용 대책이 필요하다”, “직원 충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직원) 1명이 보는 수용자·수형자가 90~100명이 넘어가니 사동(수용동)에서 뭘 할 수가 없다. 면담 좀 하려고 보면 비상벨이 울리고 출정, 접견 전화 오고 그 와중에 부근무자도 일주일에 잘해야 2~3번 채워주는데 그거 아니면 혼자 다 해야 한다”며 “부탁드린다. 현실적으로 교정시설 증축이 어렵다면 직원 정원이라도 늘려 달라”는 글이 게재됐다. 2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찬성’ 버튼을 눌렀다. 댓글에는 “과밀 수용은 수용자들도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들고 교정 사고의 주요 원인이 돼 교정교화라는 본래 교정 목적에 부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이 기존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과밀수용부터 해결해야 교정교화니, 인권이니 이뤄지지 않겠나. 가장 기본이 안 되어 있는데 그 위의 것을 하라고 하니 교도관만 힘들어진다” 등의 의견이 달렸다.
◆“과밀화 해소, 국회와 지역사회 협조 필수”
법무부는 과밀 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법무부는 경기 북부구치소, 화성여자교도소 등 6개 기관을 신축하고 원주교도소, 전주교도소, 창원교도소 등 7개 기관을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영월교도소, 춘천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 등 3개 기관은 증·개축 작업 중이다. 이 계획이 정상적으로 추진된다면 2028년까지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정원은 6만명으로 확대돼 교도소 과밀화를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인근 주민의 반대와 예산 부족 문제 등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화성여성교도소 신축이 예정된 경기 화성시 주민들은 ‘교도소 설치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전 및 현대화 사업시행 협약을 체결한 대전교도소의 경우 ‘사업성 미흡’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과거에도 서울구치소, 안양교도소, 소년분류심사원을 통합하려다가 지역 주민 반대로 무산된 사례가 있다. 2010년부터 신설을 추진하던 거창구치소는 지역 주민과의 의견 차이로 준공이 지연돼 13년이 지난 지난해 겨우 개청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과밀 수용은 사회로 복귀해야 하는 수용자의 재사회화에 큰 걸림돌”이라며 “국회의 지지와 지역사회 협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교정시설 신축이 이뤄져야 하고, 직원 증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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