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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故 안재환 실종신고? 당연히 올 거라 생각…슬퍼할 권리 박탈 당해"

입력 : 2024-09-12 10:48:45 수정 : 2024-09-12 15: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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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10개월 차, 남편 사별 상상 못해…유언비어에 고통"
방송인 정선희가 사별한 남편 故 안재환을 떠나보낸 후 느꼈던 심정을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튜브 채널 ‘들어볼까’ 갈무리

방송인 정선희가 사별한 남편 故 안재환을 떠나보낸 후 느꼈던 심정을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들어볼까’에는 ‘개그우먼 정선희 |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난다고?!’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 영상에는 개그우먼 정선희가 등장해 16년 전 남편 안재환과 사별한 당시 자신이 겪었던 아픔에 대해 털어놓았다.

 

“결혼을 통해 아버지로부터 받지 못했던 평화를 온전히 찾고 싶었다”라고 입을 연 그는 “평화로운 가정을 영위하며 내가 받지 못한 것을 다 받겠다고 생각했다. 안이한 생각이었다. 결혼하고 어려움은 있었어도 환경적인 차이도 다 있었어도 그게 극복 못 할 대상이었나 싶었는데 모르고 있었던 부분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편이 금전적인 문제로 엄청나게 우울감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일이 바빠서 잘 몰랐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결혼하고 10개월 후에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실감이 안 났다”라며 “처음 든 생각은 현실 부정이었다. ‘말도 안 돼.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난다고?’라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했다.

 

실종 신고를 안 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당연히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돈을 안 꿔줘서 나한테 복수하는 건가 싶었다. 유치하지만 그런 생각까지 했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실종 신고를 안 했던 이유는 첫 번째는 연예인이 겪을 이미지 타격이다. 남편도 사업을 하고 그러니까 내가 숨겨줘야겠다 싶었다 ‘들어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바가지를 긁을 거야’ 이런 생각만 했지, 그런 모습으로 (남편이) 돌아올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라며 “현실부정 다음에는 죄책감이었다. ‘내가 이렇게 했기 때문일까’ ‘내가 안 된다고 해서 일까’ ‘내가 돈을 마련해주지 않아서인가’ ‘내가 조금 쌀쌀맞게 말해서인가’ 등 내 모든 행동에 대해 복기하게 되더라”고 당시 겪은 죄책감을 고백했다. 

 

이어 “‘어디서부터 잘못돼서 남편이 그런 선택을 했을까’ ‘나로 인한 것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생각은 피를 말린다. (남편의) 선택을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도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어느 날은 문득 이 사람이 사라졌다는 상실감까지 오더라”고 떠올렸다.

방송인 정선희가 사별한 남편 故 안재환을 떠나보낸 후 느꼈던 심정을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튜브 채널 ‘들어볼까’ 갈무리

사별 후 악플과 소문에 시달린 그는 “결혼 10개월이면 한참 배우자를 사랑할 시기”라며 “아무리 부부싸움을 해도 사랑한다는 근본적인 마음이 지배할 때다. 보고 싶음과 슬픔이 뒤죽박죽으로 엉켜 있던 와중에, 누군가 슬슬 십자가에 못 박을 대상을 찾고, 그게 나였다”라고 토로했다.

 

특히 “‘쟤가 입을 잘못 놀려서야’ ‘쟤가 뭔가 문제가 있어서야’ ‘내가 이야기를 들었는데 둘이 같이 납치됐는데 쟤만 돈 주고 풀려 난 거야’ 등의 유언비어가 쏟아졌고, 실제 기사로 보도됐다”면서 “지금보다도 상도(보도 준칙, 윤리강령)가 없을 아비규환이었을 때였다”고 당시 느꼈던 심경에 대해 소상하게 말했다.

 

그는 “사정을 빤히 아는 사람도 날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 같았다. 참고인 진술이 아니라 마치 가해자 선상에서 취조당하는 느낌이었다”며 “슬퍼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유족인데 마땅한 권리(슬퍼할 시간)조차 누리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故 안재환) 가족에게 무언가를 해명해야 했다. 그런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신앙이 사라지더라”고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외롭고 쓸쓸했다. 가족, 친구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편인 사람들을 신경 쓸 시간도 없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살만한 날도 있었고 정말 살기 싫은 날도 있었다. 나중에 깨달았는데, 그때 기억이 많이 없는 게 축복이더라. 그 기억이 나한테 다 각인되어 있었다면 나는 못 살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선희의 남편인 배우 故 안재환은 결혼 1년여 만이었던 지난 2008년 9월 8일 세상을 떠났다.


김지수 온라인 뉴스 기자 jis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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