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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 끝나고 AI에도 밀려… 동력 잃은 메타버스

입력 : 2024-09-23 06:00:00 수정 : 2024-09-23 08: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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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프리미엄급 MR 헤드셋 중단
애플 비전 프로 부진 등 영향 끼친 듯
美 관련 시장 매출 절반 가량 떨어져
콘텐츠 부족에 접속자 없어 적자만
국내 기업들도 사실상 사업서 손 떼
“기술 걸음마 단계서 서비스 등장 탓”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가 프리미엄급 혼합현실(MR) 헤드셋의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경쟁작인 애플의 헤드셋 비전 프로의 판매 부진 등 영향으로 풀이되는데, 무엇보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시장에 대한 불투명한 미래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던 메타버스가 인공지능(AI)으로 인해 뒷전으로 밀려났다. 여전히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까지 1770조원 규모, 연평균 5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도 높은 진입장벽과 콘텐츠의 부재 등으로 유저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AI에 밀려 뒷전 메타버스… 기업들 손절

22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의 MR 헤드셋 개발 중단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단 분석이 많다. 메타는 MR 헤드셋 전문부서였던 리얼리티 랩을 통해 메타버스기기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애플이 지난 2월 출시한 MR 헤드셋인 비전 프로를 겨냥한 것이었다.

하지만 비전 프로를 포함해 메타버스 시장이 침체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메타는 사업중단을 선언했다. 비전 프로는 지난해 6월 공개 이후 큰 주목을 받았지만 3500달러(약 467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 등으로 지난 2월 출시 이후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비전 프로는 지난 2월 출시 이후 분기 판매량이 10만대 수준으로, 3분기에는 2만~3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한해 30만∼40만대 예상 판매량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의 퀘스트 헤드셋 라인의 개발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리얼리트 랩 사업부는 매 분기 5조∼6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마냥 낙관론만을 유지하면서 막대한 개발자금을 투입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도 사실상 메타버스 사업에서 손을 뗐다고 봐도 무방하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너도나도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었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대거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정리했다. 넷마블엔프앤씨는 자회사 메타버스월드의 구조조정을 한 뒤 법인을 청산했고, 싸이월드와 한글과 컴퓨터가 합작한 싸이타운도 서비스를 중단했다. 컴투스의 컴투버스도 출시 이후 석 달 만에 사라졌고 카카오의 메타버스 서비스를 추진하던 증손회사 컬러버스도 퍼퍼레드M 서비스를 종료했다. 넥슨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넥슨타운도 사실상 휴업이다.

현재 남아있는 네이버의 제페토와 SK텔레콤의 이프랜드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급격히 도래한 비대면 사회에서 메타버스는 주목받은 신기술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수많은 기업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일상 회복 단계에 들어가자 시장은 빠르게 식었다. 시장조사 기관 서카나데이터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까지 미국 가상현실(VR) 헤드셋과 증강현실(AR) 안경 매출은 6억6400만달러로 2022년(11억달러)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때 미래성장동력, 기업들 왜 떠나나

현재 기업들은 메타버스 사업을 통한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중 메타버스 시장이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콘텐츠다. 비싼 돈을 들여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굳이 메타버스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면 접속자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

당초 메타버스 시장이 형성되기도 전에 미래산업으로 각광받자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기업들이 지속된 적자에 두손 두발을 들고 떨어져 나갔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요가 늘자 오프라인 공간을 대체할 수 있는 메타버스 가상 공간은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최근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주목을 받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2020년 10월 열린 GTC 개발자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미래에는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장밋빛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해 생활로 돌아온 소비자들은 더 이상 가상세계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 가령 서울시가 24억원을 들여 만든 메타버스 서울의 경우 당초 시공간을 초월해 행정업무를 볼 수 있는 플랫폼으로 혁신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현재 하루 이용자수는 수백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과 주민센터를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상에서 지방세 납부, 민원 접수, 등본 발급 등의 업무를 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굳이 메타버스를 이용하지 않고도 가능한 서비스를 조작이 힘든 메타버스에서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여기에 최근 오픈AI의 챗GPT 등장으로 생성형AI가 새로운 미래먹거리로 주목받자 메타버스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일각에선 아직 메타버스를 위한 기술이 걸음마 단계인 상황에서 서비스가 먼저 등장했기 때문에 확산이 쉽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술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즐길만한 콘텐츠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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