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에서 제한적·국지적 지상 작전을 개시했다. 이스라엘군은 어제 새벽(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제거하기 위해 제한적이고 국지적이며 표적화된 지상 공격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제한적·국지적 공격’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레바논 남부 침공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지상전은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이스라엘이 미국 등 국제사회 만류에도 지상전에 나섬에 따라 중동 사태가 확전 일로에 놓였다. 제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는 가자지구 무장단체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에 이어 레바논 헤즈볼라까지 이란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과의 3면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7일 무선호출기 테러를 시작으로 ‘북쪽의 화살’ 작전 선포,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폭살 등으로 강도를 높여왔다. 엊그제는 자국에서 약 1700㎞ 떨어진 예멘으로 전투기 수십 대를 보내 후티 반군 시설을 폭격했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타 자국의 안보 위협 세력에 궤멸적 타격을 입혀 중동 질서를 재편하려는 이스라엘의 계산이 깔려 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허용한 안보 실패 책임과 사법리스크로 궁지에 몰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국면전환용 포석으로도 읽힌다. 최근 잇단 작전 성공으로 “왕의 귀환”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기사회생하고 있다지 않은가.
전면전 확전 여부는 이스라엘의 잇따른 도발에도 전략적 인내를 하는 이란 결정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스라엘은 어떻게든 이란을 끌어들여 판을 키우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해지고 판도가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란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어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튈지 예단하기 어렵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전 개시에 이란이 맞대응하면 국제 유가가 출렁이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등 글로벌 경제에 암운이 드리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도 안보·경제적으로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침체된 우리 경기에 파장이 미치지 않도록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원유 수급 안전망과 원자재 공급망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도 속히 휴전 결의안을 채택하고 실효성 있는 중재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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