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사회의 계급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대에 따라 사람이 생각하는 틀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인물들이 (이 틀을) 대표하는 느낌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 란’을 연출한 김상만 감독은 2일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감독은 “평소 계급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었다”며 “이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각 계급의) 캐릭터들은 모두 시대에 대한 관점을 다르게 가지고 있고, (시나리오에) 이를 잘 녹여냈다”고 소개했다.
‘전, 란’은 박찬욱 감독이 대표로 있는 모호필름이 세미콜론 스튜디오와 공동 제작했다. 오는 11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기에 앞서 이날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관객과 먼저 만났다. 영화는 조선 선조대 임진왜란 전후 권세 높은 양반 가의 외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의 이야기를 그렸다. ‘심야의 FM’(2010),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2014) 등을 연출한 김 감독은 박 감독에게서 ‘전, 란’을 제안 받고 10년 만에 연출에 도전했다.
김 감독은 “예전에 ‘공동경비구역JSA’ 미술감독을 했을 때 박 감독님을 처음 뵈었다”며 “감독으로서 스승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 영화의 제작은 물론 각본에도 참여했다. 이 외에도 영화 제작 과정에 크고 작은 도움을 줬다. 시나리오 완성 후 각색 과정에서는 박 감독이 ‘동조자’ 촬영 기간에도 새벽에 일어나 일일이 시나리오를 보고 구체적 조언을 했다.
김 감독은 “(촬영을 마친 뒤) 제가 관성적으로 편집한 것을 박 감독님이 뜯어보시고는 ‘잘 찍어놓고 왜 이렇게 편집했어?’라고 하시더라”며 “원래 의도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고 돌아봤다.
‘전, 란’에 출연한 배우 강동원·차승원도 박 감독의 세심한 연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강동원은 “박 감독님께서 촬영 현장에 오신 첫날 제 대사 발음을 듣고 ‘거기 그건 단음이 아니라 장음이다’라고 했다”며 “‘장원급제’라고 했더니 감독님이 ‘자앙원급제’라고 직접 정정해주셨다”고 전했다.
강동원은 이 영화를 통해 노비 역할을 처음 소화했다. 그는 “양반 역을 하면 말을 조심하고 감정 표현도 절제하고 품위를 유지해야 하는 등 제약이 있다”며 “이번에 몸종을 하면서 편하고 자유롭게 연기해서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연기할 때도 기존에 한 다른 역할보다 감정 표현을 많이 하려 했다”며 “액션 자체도 좀더 자유롭게 맘껏, 칼도 선이 딱딱 떨어지지 않는 자유로운 칼을 쓰려고 신경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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