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거론 “온전치 못한 사람” 비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건 망상
우리도 핵 공유· 핵 잠재력 확보 필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핵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날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우리는 핵 강국의 절대적 힘을 확보했다”며 “한·미가 북한 주권을 침해하려 시도한다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공격력을 가차 없이 동원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을 향한 고강도 협박이 아닐 수 없다. 전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핵보유국 앞에서 졸망스러운 처사”라고 한 데 이어 연일 핵 능력을 과시하고 위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김정은과 김여정이 핵보유국을 강조한 것은 국제사회에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인 동시에 핵 포기 불가 의사를 재차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윤 대통령을 ‘윤석열 괴뢰’라고 지칭하며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위원장의 윤 대통령 실명 비난은 2022년 7월 이른바 전승절 연설 이후 2년여 만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 ‘북한 정권 종말’을 언급한 것에 대해 “허세를 부리고 호전적 객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인 것”이라고 비하했다. 국민이 기아와 영양실조로 고통을 당하는데도 핵 카드를 흔들어대며 호전적 객기를 부리는 당사자가 누구인데 이런 말을 하는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북한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망상을 키우고 있다. 대선 후 새로 출범할 미 행정부와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현실이 되면 북한이 핵을 가진 상태에서 대북 제재가 해제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에겐 악몽이 될 최악의 시나리오다. 김정은이 ‘핵무기 공격’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우리 국민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이 북한 비핵화 개념에 대해 “종결된 이슈”라고 말해 북한의 오판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 보유가 정권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란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섣부른 도발은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지금은 없는 돈과 자원마저 핵·미사일 개발에 탕진할 때가 아니라 굶주리는 주민의 식량 구매에 써야 할 때임을 직시하기 바란다.
북한의 핵 폭주는 한반도 주변 안보·평화의 최대 위협 요인이다. 한·미·일은 북핵 문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북한의 핵 도발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강력한 대북 확장억제력 확충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이 자국 수준으로 핵우산을 제공하도록 한·미 핵협의그룹(NCG) 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취임 전인 지난 27일 “미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핵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미국 핵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통합하는 작전지침도 한미연합작전계획(작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고 핵 잠재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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