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국면에서 당시 당대표 후보였던 한동훈 대표에 대한 공격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여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사안은 단순하다. 지난달 말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현재 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인 김 전 선임행정관은 지난 7월 10일 서울의소리 측에 ‘한 대표가 총선 여론조사 당비를 이용해 자신의 대선 인지도 여론조사를 했다’는 정보를 주면서 한 대표를 공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잘 기획해서 (한 대표를) 치면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김 전 선임행정관이 제기한 의혹이 대외비인지 아닌지,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을 총선백서가 왜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는지 등을 두고 공방이 오가며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자체 진상 조사에 착수한 국민의힘은 경우에 따라서는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거북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있을 수 없는 일” 발끈한 친한계
친한계는 “좌파 언론과 결탁해 같은 당 인사를 공격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발끈했다. 지난 1일 이들 페이스북에는 일제히 규탄 메시지가 올라왔다.
•현재 정부투자 금융기관 감사인 사람이 지난 전당대회 당시 좌파유튜버와 직접 통화하면서 저를 어떻게든 공격하라고 사주했다고 합니다.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부끄럽고 한심합니다. ― 한동훈 대표
•(전략)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건 대통령실 비서관이 어떻게 김여사와의 대화를 공개한 전력이 있는 좌파매체 서울의소리 기자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무려 11개월간이나 통화를 계속 했느냐는 것이다. (중략) 뿌리깊은 공작정치와 부패 정치의 고리를 끊으려면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수사를 통해 누가 배후이고 어떤 공작이 있었는지 이번에는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 김종혁 최고위원
•국민의힘을 두동강 내려는 조작 세력이 난무합니다. 공천플러스 희망에 시키지도 않은 ‘용산’ 운운하며 전대를 분열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던 실체가 밝혀지고 있습니다. 정권 불복 세력들과 손을 잡는 것은 현 정부를 부정하고, 재집권을 저해하는 파렴치한 행위입니다. (후략) ― 진종오 최고위원
친한계는 이번 의혹을 ‘공작정치’, ‘정언유착’ 등으로 규정한다. 특히 수사를 통해서라도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단독범행이었는지, ‘조직 플레이’였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김 전 선임행정관이 대통령실을 그만 둔 뒤 수억대 연봉의 감사 자리를 본인 선택으로 갈 수 있었던 만큼 배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영화와 소설처럼 공작정치 당사자에겐 보상이 주어졌다. 김대남도 지난 8월5일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로 임명됐다. 그는 ‘승용차와 운전기사, 비서가 딸린 자리’라고 자랑하면서 자신이 직접 그 직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연봉이 다른 공기업보다 많고 임기가 다른 데보다 긴 3년이어서 그랬다는 것이다.
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는 연봉이 2억4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이고 매달 470만원을 쓸 수 있는 법인카드가 제공된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은 4일에도 MBC라디오에 나와 “이게(당비 유용 의혹이) 총선백서팀에서 논의됐던 대외비인데, 어떻게 김대남이라는 사람 손에 들어가 서울의소리에 줄줄이 불러주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3급 행정관에 불과한 사람이 어떻게 전직 의원급이나 갈 수 있는 자리에 갈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용산 “개인 일탈…과장·일방적 주장”
대통령실은 김 전 선임행정관의 녹취 발언이 “지난해 10월 대통령실에서 퇴직하고 나서 한 과장되고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조직적으로 이뤄진 게 아닌 ‘개인적 일탈’에 무게를 둔 것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3일에도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녹취록을 근거로 대통령실과 당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가 김대남과의 친분이 전혀 없음을 밝힌다”고 했다.
김 전 선임행정관 본인도 이미 대통령실을 나가고 난 뒤에 일어난 일이라며 김건희 여사와도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선임행정관의 법률 대리인인 유정화 변호사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의뢰인(김대남)이 당원으로서 이미 대통령실을 그만두고 나서 일어난 일이며, 대통령실과는 무관하게 불법행위를 한 기자와 유튜브 측의 악의로 시작된 일인 만큼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간 갈등이 조장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당시 의뢰인은 당원으로서 다른 후보자를 돕는 위치에 있었을 뿐 사주 받아 특정 후보자에게 타격을 줄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유 변호사는 국민의힘이 진상 조사 착수 방침을 밝힌 2일 김 전 선임행정관이 탈당을 결심한 사실을 공개하며 “의뢰인 본인은 애초에 김 여사와 연락이 전혀 되지 않는 사람이었고 이를 해당 언론 기자에게도 몇 번이나 언급해 기자도 해당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악의적인 영상으로 편집하여 계속 일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 팩트”라고 주장했다.
◆“대외비다, 아니다” 논란…나경원 “일 키우는 것이 해당행위”
김 전 선임행정관 녹취 파문은 배후 여부를 둘러싼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 그가 제보한 당비 유용 의혹이 대외비인지를 둘러싼 진실 공방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불똥은 7·23 전대 당시 한 대표와 당권을 두고 경쟁했던 나경원 의원에게도 튀었다. 김 전 선임행정관이 전대 당시 나 의원 측 특보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나 의원은 4일 CBS라디오에서 “저희가 특보 임명장만 한 수십 명 드렸을 것”이라며 “국회 보좌진 중심으로 선거(전당대회)를 치렀고, 김대남 전 행정관이 저하고 논의할 위치에도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전대 당시 해당 의혹을) 제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만 봐도 저하고 논의를 했거나 그렇지 않았다는 건 충분히 아실 것”이라며 “지금 당대표 지도부에서도 저를 향한 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달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다만 당 지도부를 겨냥해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것 자체가 해당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있지 않도록 징계를 하는 것도 조용히 해야 되는데, 계속 한동훈 대표의 워딩으로 이 이야기를 가면서 이슈를 엄청나게 키워놔서 우리 진영의 손해”라고 부연했다.
그는 해당 의혹이 대외비라는 친한계 측 주장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나 의원은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나왔던 이상규 후보가 총선백서 특위 위원이기도 했다”며 “(이 후보가) 7월 2일 이것을 유튜브 채널에 언급했고, 그게 7월 4일 보도도 됐다. 7월11일 토론에서 (관련) 설전이 이뤄진 후 12일에 매일경제에서 2월 14일∼22일 이미지 호감도 조사가 있었던 게 기사화도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종혁 최고위원은 “김대남씨가 70억원을 들여 어떻게 하고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있지 않느냐”며 “이런 얘기는 사실 (총선)백서 위원들 중에서도 소수의 사람들, 소위원장들 몇 명 외에는 알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재반론을 제기한 상황이다.
김 최고위원은 또 “이렇게 온 나라가 시끄럽게 됐는데 이 사람(김대남)이 아직 (상임감사에서) 사퇴를 안 하고 있다. 뭘 믿고 버티느냐, 이게 가능한 건가”라며 “김대남씨가 대통령에 대해서 꼴통이라느니 이런 표현을 쓰고 여사에 대해서도 공천에 개입했다는 식의 발언들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대통령을 능멸하는 사람에 대해서 (용산 대통령실에서도) 오히려 펄펄 뛰면서 문제를 지적해야 되는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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