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시도한 북한이탈주민이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제정하고 탈북민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과다.
◆‘극단선택’·‘시도’·‘해외 망명’ 두배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입수한 탈북민 사건·사고 현황에 따르면 탈북민 사망 이유 중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경우는 2020년 7명이었지만 2022년 15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례도 크게 늘었다. 2020년 2건, 2021년 8건이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해인 2022년에는 17건, 2023년에는 26건으로 늘었다. 2024년에도 8월말 기준 20건을 기록했다.
정부가 탈북민 관련 정책 최우선 순위에 놓고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정작 탈북민이 한국을 떠나 제3국으로 망명을 선택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해외 망명자는 2020년 4명, 2021년 4명이다가 2022년에 7명, 2023년 11건으로 늘었다.
이같은 수치는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호로 보인다. 특히 탈북민에 대한 인식도 악화하고 있는 것도 이들의 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정부도 탈북민에 대한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며 정책을 쏟아냈지만 실제 인식은 더 악화했다.
◆국민, 탈북민에 대한 인식도 악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07년부터 매년 실시해오는 ‘북한이탈주민 친근감’ 조사에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친근감 을 느낀다’는 응답은 올해 역대 최저치인 17.5%를 기록했다.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비율도 30.6%를 차지했다. 친근감뿐만 아니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적극적 수용에 대한 지지, 정부의 추가 지원에 대한 동의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탈북민 정착 지원체계 확충을 국정과제로 선정했고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등 통일 관련 정책 최우선에 탈북민을 놓고 있다. 그러나 일부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하면서 국민의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키우는 데 일조한 꼴이 됐다. 또 탈북민을 일반 국민과 다름없이 통합하기보다는 북한 정권 비난의 스피커로 적극 활용하거나, 북한인권 문제의 증언자로만 부각하는 것도 되레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탈북민에 대한 인식과 남북관계가 연동돼 있는 경향을 고려하면, 남북관계 악화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 증가의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은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탈북민을 자신의 대북인식을 전가해서 바라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관계가 악화되고 우호적이지 않을 때는 탈북민에 대한 시선에도 반영된다”며 “탈북민을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만 각인시켜서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고 언제까지 도와줘야 하냐는 인식이 생긴 건 아닌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기원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계속해서 탈북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드러나는 지표들은 오히려 탈북민의 삶이 시간이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정부는 정착금 확대 등 일시적인 금전 지급이나 보여주기식 정책 대신, 이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을 발굴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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